▶ 백승환의 고전산책 101
▶ <4> 손자병법(孫子兵法)
손자병법을 다 읽고 나면 오늘날 중국이 보인다. 전쟁의 목적은 승리하는데 있다. 정의로운 전쟁, 대의명분을 놓고 싸우는 전쟁 또는 나라의 실리를 챙기기 위한 전쟁 등 어떤 전쟁이건 간에 전쟁은 우선 승리하고 봐야 된다는 것이 손자병법의 지론이다.
적의 눈을 속여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쟁’이 가장 고수의 병법(모공·謀攻)이며, 간첩을 침투시켜 적의 동태를 파악하고(용간·用間) 군사를 배치할 때는 물 흐름의 원칙을 적용하며,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는 등의 군사학 원리는 모든 인간관계, 조직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는 보편적인 원리들이기도 하다.
또한 적군의 심리적 변화를 이용하는 심리전술, 상대의 힘과 욕망을 역이용해 무리 없이 이기는 전쟁의 묘미, 소모전의 양상을 띤 장기전은 민패(民敗)의 근원이 된다는 구절을 읽을 때는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나, 전직 부시 대통령이 아프간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손자병법을 한 번 읽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모택동이 장개석을 본토에서 몰아내고 대륙을 장악할 때 그의 머리맡에는 항상 손자병법 책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오늘날 중국 외교정책의 밑바닥에는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병법 원리들이 근간에 깔려 있다.
손자병법의 저자는 기원 전 5세기 춘추시대에 오나라의 용병 장군이었던 손무로 추정된다. 춘추시대는 중국 역사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기이자 격심한 변동기였다. 강력한 힘을 가진 나라가 힘없는 나라를 쳐부수고 또 제후는 제후들끼리 대부는 대부들끼리 서로 싸워 겸병을 일삼았던 혼란의 시기였다.
오나라는 한동안 지금의 상해부근에서 진·초나라에 공물을 바치는 소국이었는데 손무의 탁월한 용병술에 힘입어 이웃 월나라와 동맹해 불과 10년 만에 중원을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났는데 이 말은 오나라와 월나라는 서로 원수지만 승리를 위해 서로 합심해 같은 배를 탄다는 뜻으로 승리를 위해서는 적과도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손자의 비범한 병법 가운데 하나를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손자병법은 모두 13편, 6,200자의 한자로 쓰인 간략한 군사학 지침서이지만 그 내용에는 변화무상, 신출귀몰한 용병술이 담겨 있다.
손자병법은 100여권 이상의 다양한 번역본들이 나와 있는데 원문에 충실하고 이해를 돕는 배경 전쟁 이야기들을 추가한 김원중 교수의 역본(글항아리)이 눈에 띄는 책으로 꼽힌다. 손자병법은 지난 2,500년동안 중국인들의 의식 가운데 자리 잡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문 교과서다.
꼬마 아이들이 동네에서 전쟁놀이를 할 때도 손자병법에 있는 병법에 따라서 놀이를 하고 있다는 말은 좀 심한 인용처럼 들리지만 그만큼 손자병법에 담겨 있는 사상은 중국인들의 의식 가운데 무의식처럼 자리 잡고 있다.
예찬출판기획 대표(baekstephen@gmail.com)
도서협찬: 반디북US
(www.bandibook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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