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식의 배신 리어 키스 지음ㆍ김희정 옮김ㆍ부키 발행
20년간 극단적 채식 해온 저자
우울증·관절질환·암 걸려
“농업 역시 축산처럼 파괴적
콩 속엔 갑상선종 유발물질”
윤리적·영양학적으로 채식 반박
<채식의 배신>(원제 ‘채식주의의 신화’ The Vegetarian Myth)은 저자가 20년 간 유제품과 달걀 등까지도 전혀 먹지 않는 극단적인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으로 산 경험을 바탕으로 채식주의 신화를 깨기 위해 쓴 책이다. 비건으로 들어선 후 만성 영양 부족과 저혈당증, 우울증, 초조감 등의 정서불안을 가졌으며, 평생 안고 가야 할 퇴행성 관절 질환과 생식 기관의 암까지 생겼다. 육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일견 통쾌하고 채식주의자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책이다.
저자는 한 생명이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죽인다는 것을 생명 현상의 기본적인 방정식으로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농업 역시 공장형 축산과 별다를 것이 없이 파괴적이며 지속 불가능함을 깨닫고 채식이 정의의 대명사라는 맹목적인 편견을 깨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공장형 축산의 비인간성을 성토하던 저자 역시 “엄마가 있거나 얼굴이 있는 건 먹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주로 조류와 포유류가 이에 해당됐다. 이런 기준은 얼마나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인가. 흙 또한 그냥 무생물 덩어리가 아니라 벌레, 박테리아, 곰팡이 등 수백만 존재가 살아있는 유기체가 아니던가. 농업은 결국 흙, 멸종한 생물들, 강 등 생태계를 통째로 집어 삼키는 것과 같다는 결론이 나온다.
채소를 갉아먹는 민달팽이 퇴치를 놓고 저자가 벌인 사투는 채식주의의 맹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에피소드다. 규조토와 맥주를 이용해 민달팽이를 죽이고 텃밭을 지키려던 저자는 결국 포기하고 마트 채소 코너를 방문해 깨끗한 양배추를 집어 들었다. 그러면서 ‘도대체 누굴 속이려는 거야’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론 ‘식물은 먹어도 괜찮은가’하는 질문을 맞닥뜨리며 또 한번 갈등을 하게 된다. 샐러드가 감각이 없다는 걸 누가 증명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인간은 먹어야 산다. 생명이란 상호 의존의 연속이란 점을 인정하고 웃자란 인류가 지속적으로 먹을 수 있는 바른 방법을 구하는 게 최선이다. 강, 초원, 숲, 토양과 같은 살아있는 공동체와 공존하는 쪽으로 생활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꼼꼼한 취재를 곁들여 채식주의자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를 짚어내고 따끔한 충고를 한다.
책의 마지막 장은 동물 지방을 폄하하고 곡물 소비를 격려한 현대 영양학이 건강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밝히고 있다. 각종 영양소의 필요성을 고찰하며 완벽한 단백질로 콩을 맹신하고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을 고집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지적한다. 채식주의자들에게 퍼져 있는 각종 신화를 반박하며 저자는 말한다. 이제 기름진 음식을 찾아 나설 때라고.
저자의 결론은 생명에 대한 연민과 평등의식을 유지하며 평화롭게 육식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어디서 선을 그어야 할까? 그것이 문제였다. 포유류, 어류, 곤충, 식물, 플랑크톤, 박테리아? 이 세상에서 가장 미세한 생명도 ‘우리’에 포함시킬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 나는 마침내 대답을 찾았다. 나는 선을 긋지 않을 것이다. 대신 원을 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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