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말기획 - 불합리한 국적·병역법
▶ 한인 2세들 발목 잡는‘선천적 복수국적’‘풀브라이트’장학생 되고 비자 못 받기도‘18세 되는 해 3월까지’국적이탈 신고해야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분류되는 한인 2세들이 한국 유학 및 취업 등에 겪는 불편이 계속되면서 이를 야기하는 복잡한 한국의 국적법과 병역법에 대한 미주 한인사회의 개선 촉구 목소리가 높지만 한인 해당자들의 피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으로 한국 정부의 재외국민 정책의 전향적 개선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되는 비현실적 규정들이 온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피해
북가주에 사는 한인 정모(53)씨는 요즘 아들의 처지만 생각하면 억울함이 치밀어 오른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아들(23)이 미국의 유명 장학제도인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한국에 가서 공부를 하려던 계획이 만 18세 되던 해 국적이탈 기간을 놓친 것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풀브라이트 유학을 위해 출국서류를 준비하던 중 비자발급이 어렵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정씨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들을 시민권자라고만 생각했는데 태어날 당시 부모가 영주권자라서 아들의 국적이 선천적 복수국적에 해당하는 줄 몰랐다”고 어이없어 했다.
정씨는 이어 “이제와 한국 출생신고를 하고 병역의무를 감당하든지, 아니면 38세가 지난 뒤 국적이탈을 해야 한국에 나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어렵게 아들이 얻은 기회를 어이없이 놓치는 것 같아 요즘 밤잠을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규정은
현행 한국 국적법에 따르면 자녀가 태어날 당시 부모 가운데 한 명이라도 한국 국적이라면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속인주의’에 따라 한국 국적이 자동으로 부여된다. 선천적 복수국적은 만 23세까지 유지되며 남자의 경우 병역의무가 부과되기 전인 남자는 만 18세 되는 해 3월까지, 여자는 만 23세 되는 해에 ‘국적이탈’을 통해 한국 국적과 미국 국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국적이탈’이란 출생 당시 부모 가운데 어느 한 명이 한국 국적자여서 선천적 미국과 한국의 복수국적을 갖게 된 2세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으로, 이민이나 결혼 등을 통해 시민권을 취득한 1세가 국적을 포기하는 ‘국적상실’과 구분된다.
■문제점
문제는 많은 한인 부모들이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 국적이탈을 시기를 놓쳐 버린다는데 있다.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부모들이 출생신고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국적이 부여되고 18세가 되기 전까지 국적이탈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않으면 병역의무가 해제되는 만 38세가 될 때까 지 국적이탈을 할 수 없다.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이 살아 있어 유학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한국에 6개월 이상 장기체류할 경우 남자에게는 병역의무가 부과된다.
또 국적이탈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 출생신고부터 해야 하는 불합리한 점이 나타나고 있다. 출생신고를 하는 데는 한국에서는 일주일이면 되지만 재외공관을 통해서 하게 되면 한 달가량 소요돼 이 경우 국적이탈 절차를 진행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모순점이 나타나고 있다.
■개선 시급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한인들의 이같은 고충을 덜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만드는 등 구제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한인사회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민권자 아들의 국적이탈 기간을 놓친 김모씨는 “시민권자 아들이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싶어 하는데 17세 때 국적이탈 기회를 놓쳐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시민권자 아들의 국적이탈 기간을 놓친 박모씨도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많은데 한국 정부가 이미 못한 사람들을 소급해 구제하는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한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적이탈은 LA 총영사관 등 재외공관을 통해서만 신청이 가능하다. 필요한 서류는 ▲신고서(2부) ▲신고사유서(2부) ▲외국 거주 사실증명서(2부) ▲사진 1매 ▲본인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 증명서(2부) ▲부모 기본증명서(2부) ▲미국 출생증명서 원본 및 사본(2부) ▲부모가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의 경우 시민권, 여권 영주권 원본 및 사본(2부) ▲한국 여권이 있는 경우 여권 원본 및 사본(1부) ▲반송봉투 1매 등이다. 수수료는 9달러며, 처리기간은 3개월 정도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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