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신정권 긴급조치 1호 위반’39년만에 무죄판결 오봉균 목사
“영문도 모른 채 당했던 혹독한 고문과 구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박정희 유신정권이 서슬 퍼렇던 1974년 2월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체포돼 군사법원에 3년형을 선고받았던 한인사회 올드타이머가 39년만에야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현 미주동포후원재단 상임이사로 LA 한인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오봉균(사진) 목사가 주인공이다.
당시 20대의 혈기 방장한 청년이던 오 목사는 영장도 없이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끌려가 일주일 넘도록 고문과 구타를 당하다 비상군법회의에서 3년형을 선고받은 뼈아픈 기억을 40년이 되도록 가슴 속에 묻은 채 살아오다 지난 5일에야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지난 40년 세월이 한스럽다는 생각도 하지만, 늦었지만 무죄판결로 치유와 위안을 받았다”고 말한 오 목사는 “남산에서의 가혹했던 고문과 구타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영구 집권을 위해 제정한 유신헌법에 대한 반대나 비판 자체를 초법적인 조치로 금지한 긴급조치 1호로 인해 장준하, 백기완 선생 등 33명이 위반자로 체포돼 군사법정에서 최고 15년형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오 목사는 당시 체포됐던 33명 중 한 사람이었다.
“장준하 선생과 백기완 선생 등이 안양교도소 내 동기들”이라고 회상한 오 목사는 1년을 복역한 후 이듬해 형집행 정지로 풀려났다. 오 목사는 “1975년 2월 출감하던 날 함석헌 선생이 가져 오신 두부를 먹었던 일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심에 단독으로 참석해 판결을 받은 오 목사는 “39년의 세월이 흘러,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집권해서야 무죄판결을 받은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소회를 밝혔다.
출소 후 도시산업 선교회에서 노동선교 활동을 하던 오 목사는 1982년 이민 와 김완흠, 장성길, 김영태, 서영석씨 등 4명의 한인회장 재임기간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4.29 폭동 당시에는 한인 피해자 단체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을 반대하거나 비난하는 발언만으로 최고 15년형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대표적 악법 중 하나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위헌·무효 결정을 내렸다.
<김상목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