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배우로 미국 뮤지컬 ‘왕과 나’에서 룬타 역을 맡은 차형진씨.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 간 청년이 한인으로는 드물게 뮤지컬의 주요 배역을 따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오는 7월 9일부터 오클라호마 릴릭극장에서 열리는 뮤지컬 ‘왕과 나’에서 룬타 역을 열연할 차형진(28·미국명 휴 차)씨.
차씨는 “대학생 때 목표가 룬타 역을 맡는 것이었는데 운 좋게 생각보다 빨리 목표를 이루게 됐다”며 “앞으로 피부색이나 인종과 상관없이 훌륭한 실력으로 배역을 맡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왕과 나’는 동양인이 발탁되기 힘든 미국 뮤지컬 분야에서 베트남을 무대로 한 ‘미스 사이공’과 함께 그나마 동양인 배우들이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뮤지컬. 왕의 후궁 탑팀과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하는 룬타 역은 젊은 동양인 배우가 도전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배역 가운데 하나다.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는 아니지만 유명 뮤지컬에, 감독과 배우 모두 브로드웨이 출신이어서 이번 공연 덕에 브로드웨이 진출에 녹색 신호가 들어온 셈이다.
“제가 맡은 배역은 원래 다른 배우가 맡기로 돼 있었어요. 예전에 뉴욕에서 알게 된 친구인데 이번에 브로드웨이로 가게 되자 저를 추천했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네트웍이 필요합니다. 아직 한국 출신 배우들은 각자 살아남기 바쁠 정도의 처지여서 어려운 점이 많아요.”차씨는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영국 런던에서 유학한 뒤 현재 보스턴 컨저버토리에서 뮤지컬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뉴욕에서 1년간 180여 회 오디션을 봤다는 차씨는 “10대 때 미국에 왔기 때문에 발음이나 억양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고 아직 실력이 부족한 탓도 있다”면서도 “백인 배역이라면 실력이 비슷해도 아시아인보다는 백인을 선호하므로 그냥 잘하는 정도로는 안 되고 모든 것을 뛰어넘을 만큼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번 캐스팅으로 1차 목표를 이룬 그의 최종 목표는 실력으로 피부색과 인종을 뛰어넘는 것. 목표를 이루기 위해 보스턴에서 학업을 이어가면서도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소극장 공연)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며 경력을 쌓고 있다.
“이번 공연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다시 무대에 도전할 겁니다. 제가 좋은 배역을 맡아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백인 역을 맡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걸 증명하고 나면 브로드웨이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다른 사람도 꿈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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