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색전시회 ‘개를 위한 건축’
▶ 일본인 디자이너·건축가 13명 참여 9월1일까지 롱비치 아트뮤지엄 전시
토이 푸들을 위한 거울 달린 집, 산책 좋아하는 시바를 위한 유모차 같은 모빌 홈, 장난스러운 비글을 위한 흔들리는 집 등 개의 행동양식을 충실히 반영한 건축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롱비치 아트 뮤지엄이 오는 9월1일까지 전시하는 ‘개를 위한 건축’(Architecture For DOGS)은 평생 함께 가족처럼 지내는 반려견 문화를 반영한 개가 건축주인 프로젝트다.
일본인 디자이너 하라 켄야가 기획하고 건축가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 이토 도요, 네델란드 건축회사 MVRDV, 종이건축으로 유명한 건축가 반 시게루 등 13명의 일본인 디자이너와 건축가가 참여했다.
그리고 이들은 ‘인간만이 사용함직한 조형물들이 인간과 가장 친근한 개에게 적용된다면?’이란 질문을 던진다.
<김하나 기자>
◆ ‘개를 위한 건축’ 전시장 투어
지난해 12월 마이애미 전시회에서 이어 롱비치 아트 뮤지엄의 아담한 전시장에 열린 ‘개를 위한 건축전’은 개 품종에 따라 맞춤 기획된 12개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모든 건축들은 인간이 아닌 개의 눈높이에서 디자인되고 설계되었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No Dog, No Life!’. 정글짐처럼 생긴 개집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마치 사람의 방에 있는 소품들처럼 가지런히 놓여있다. 보스턴 테리어의 사이즈에 걸맞은 축구공하며 액자, 화분 등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집처럼 가구와 정원이 개집에 들어왔다. 일반적인 개집과는 다르지만 개가 아니면 어울리지 않을 구조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디-터널’(D-Tunnel)이란 작품은 이 전시회를 기획한 하라 켄야의 작품으로 인간과 개가 교감할 수 있는 형태로 제작돼 있다. 개가 터널 안에 있는 계단을 오르면 주인과 눈 맞춤을 통해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앞의 두 작품 옆으로 놓인 ‘인터액티브 독 하우스’(Interactive Dog House)는 흔들의자를 연상케 한다. 일반적인 개집 형태인 단순한 구조이지만 바닥이 곡면으로 되어있어 앞뒤로 흔들흔들 움직인다. 이 작품의 작가는 인간과 개는 친밀하게 살아가지만 인간의 집과 생활에 묻혀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두었다고 설명한다.
전시장 안쪽에는 사람들의 눈을 동그랗게 할 만한 작품들이 있다. 유모차 같은 개집과 화장대 같은 거울이 달린 개집 등은 애견가가 아니면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개를 위한 건축’ 전시회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주로 인간과 개와의 교감 또 개가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활동한다는 설정 하에 기획돼있다. 인간에게 길들여지기 이전의 개는 늑대처럼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본연의 삶의 방식이 있었을 터다. 13명의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은 이러한 점에 초점을 맞춰 개를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하나의 주체적인 객체로 보고 능동적으로 인간과 교감을 할 수 있게끔 작품으로 표현해냈다.
사실 ‘예술’이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멀고 낯설게 느껴진다. 자신이 예술에 좀 관심이 있다고 말할라치면 왠지 르네상스 시대 화풍의 특징이나 근대 미술의 대표적인 화가는 고흐와 고갱 등 누가 있다고 술술 읊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개를 위한 건축’ 전시회는 예술은 삶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말해준다. 원시인들이 사용하던 토기 그릇이 오늘날에는 하나의 예술품이자 역사가 되듯이 개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생활 자체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 롱비치 아트 뮤지엄
전시회를 찾기 전 ‘개를 위한 건축’ 웹페이지(www.architecturefordogs.com)를 참고하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7달러, 학생증을 지참한 학생과 노인은 6달러이며 12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이다. 개관시간은 목요일 오전 11시~오후 8시, 금요일부터 일요일은 오전 11시~오후 5시이다.
주소 2300 East Ocean Blvd. Long Beach, 문의 (562)439-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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