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아들을 낳았다. 미국 TV도 엊저녁부터 오늘까지 내내 이 소식을 톱뉴스로 다루며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미국인들의 뿌리가 앵글로색슨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에게 “백악관 생활에서 가장 잊지 못할 추억이 무엇이었느냐”고 기자가 물으니까 “찰스 왕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것”이라고 대답한 것이 기억난다. 퍼스트레이디의 생각이 이 정도이고 보면 미국인들의 영국 왕실에 대한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CNN 기자들이 미들턴 왕세손 비의 해산 직전 영국 왕가의 인척들과 사회 저명인사들에게 “캐서린(미들턴 왕세손비)이 아들을 낳았으면 좋겠느냐, 딸을 낳았으면 좋겠느냐”고 던진 질문에 “기왕이면 딸이 좋겠다”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사실이다. 거리의 시민의견도 비슷했다. 딸이면 좋겠다? 아니 영국이 이렇게 변했나. 헨리 8세의 앤 보일린이 아들을 못 낳은 죄로 간통 누명을 쓰고 교수대에서 사라진 비극의 역사를 잊었나. 앤 보일린의 딸 엘리자베스가 파란곡절 끝에 여왕이 되는 과정은 영화로도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왜 기왕이면 딸일까. 영국 왕실 관계자들의 의견은 이렇다.
앞으로 영국 왕은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왕세손이 될 것인데 여기에 또 아들이 나와 앞으로 100년을 King만 바라보고 사는 것은 국민이 지루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엘리자베스 2세가 모범을 보였기 때문에 Queen에 대한 영국민의 신뢰가 깊다. 다이애나를 버리고 유부녀와 결혼한 찰스 왕세자에 대해서는 영국국민들이 약간 실망하는 눈치다.
엘리자베스 2세는 오빠나 남동생이 없었기 때문에 여왕에 오를 수 있었지만 3년전 까지만 해도 영국 왕이 아들과 딸을 두었을 때는 무조건 아들이 왕위를 계승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왕위계승에 관한 법이 남녀차별이라 하여 2011년 역사적인 개정을 보았다. 왕위계승권은 맏딸도 물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에 미들턴 왕세손비가 딸을 낳았더라면 몇십년 후에는 영국에 여왕이 다시 탄생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영국의 왕이나 여왕은 성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리 운다. 그렇다면 이들의 성은 무엇인가. 현 왕가의 라스트 네임은 ‘윈저’다. 그러나 원래는 독일계인 ‘색스 코부르그 고다’ 가문이다. 이들은 빅토리아 여왕의 후손이지만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인 앨버트 공이 독일계 왕가 색스 코부르그 고다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영국인들의 독일 증오가 높아지자 엘리자베스 2세의 할아버지인 조지 5세는 자신의 가문 이름을 영국식으로 ‘윈저’라고 고쳐 버렸다. 따져 올라가면 엘리자베스 2세는 독일계의 후손인 셈이다.
영국은 지금 온통 축제 분위기다. 거리 시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고 국민 모두가 활기차 보인다. 왕자 탄생이 국민을 단결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한국은 언제 저렇게 되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이변을 이루었는데도 축제 분위기커녕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귀태’ 운운하고 있으니 영국과 비교할 때 서글픈 생각이 든다. 아버지 박정희가 독재자였다고? 엘리자베스 여왕 집안이 독일계인데도 어떻게 영국 왕실을 이어갈 수 있느냐고 트집 잡는 것이나 비슷하다.
한국은 과거의 노예가 되어 지내는 나라다.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너무 가시가 돋쳐 있고 하나부터 열까지 네가티브 하다. 역대 대통령 모두가 국민의 적이며 나라 전체가 바보 만드는 공장이다. 정치가 너무 지루하다. 국민의 환호가 물결치는 영국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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