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문집 ‘우리 얼마나 함께’ 낸 의사시인 마종기
▶ 세세한 일상과 단상들 46편 한편마다 고스란히 이병률 사진과 잘 어울려
눈을 감고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나는 누구와 이어져 있는지.
얼마나 살고, 얼마를 울고, 얼마나 노래했는지를.
마종기 시인의 글은 그것이 시이건 산문이건 언제나 아프도록 아름답다.
어떤 글은 마음이 저리고 어떤 때는가슴이 뻐근해져서 한편 한편 읽을 때마다 경건한 감동이 물결치며 밀려온다. 슬픈 이야기가 아닌데도 왜 그의 글은 이다지도 신산하고 눈물에 젖어 있는가. 아니, 가슴이 메어지는 이야기를 왜 이리도잔잔하게 써내려가. 나 같은 사람이 먼저복받치게 하는가. 그의 글 속에 서려 있는 지나온 삶의 애잔함과 성실함이란…읽다 보면 구구절절 코끝이 시려오지 않는 대목이 없으니, 이런 심성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40년이나 미국에서 의사이며 교수로 일할 수 있었는지 자못 믿어지지가 않는다.
마종기 시인의 새 산문집 ‘우리 얼마나 함께’는 한 번 잡으면 도무지 놓을 수없는 글 46편이 실려 있다. 그리고 거의글과 같은 비중으로 실린 이병률의 사진작품도 무척 좋다.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전하는 두 권의 책이라 해도 좋을 만큼서로의 작품을 잘 표현하고 잘 살려주는편집이 아름답다.
달 출판사의 서평은 마 시인과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더없이 훌륭하게소개하고 있다.
“시인이자 의사로 한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지니고 있는 서정과 가치관이란 무엇일까. 그는 차가울 것만 같은 의사도,뜨거울 것만 같은 시인도 아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났으나 더 많은 세월을 미국에서 보냈다. 이렇게 경계인으로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그가 그동안 참고 있던 숨을 깊게 몰아쉬며, 가슴속에 맺힌 그리움을 글로 풀어냈다.
이 책은 시인의 시집이나 다른 산문집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세세한 일상과 생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시심이 되었던 맑고 투명한 마음은사랑하는 가족과 여러 인연들로부터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동화작가 아버지, 현대무용가 어머니를 비롯하여 동생들과 세 아들, 친구들, 문단의지인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정 깊었는지도 우리는 새삼 느낄 수 있다. 오십 년 세월 꾸준히 시를 써온 시인이 눈을 감고되돌아보는 풍경에는 필연적으로 그리움의 정서가 가득하다.”이 책은 총 다섯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챕터 제목은 모두 마종기시인의 시구에서 따온 것들이다. 1부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2부 당신이 와서야 파란 하늘이 생겼다, 3부 하늘을 향해 다시 날아오르는 외로운 새처럼, 4부 극진한 사랑은 아마 사람의 추위속에서 완성된다, 5부 아득하게 멀리서오는 바람의 말을.
마종기 시인은 아동문학가 마해송과우리나라 최초의 서양 무용가 박외선의장남으로 태어나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66년 미국으로 건너와 우리나라 최초의 방사선과 전문의가 되었다. 오하이오 의대 소아과와 방사선과의 임상 정교수로 가르쳤고, 톨레도 아동병원방사선과 과장과 부원장을 역임했으며2002년 은퇴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동시를 썼고 195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그는 의대재학시절 첫 시집 ‘조용한 개선’을 출간하여 제1회 연세문학상을 수상한 것을시작으로, 도미 후에도 계속 시집을 내면서 한국과 미국의 시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한국문학작가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미주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변경의 꽃’‘ 모여서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이슬의눈’‘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하늘의 맨살’ 등의 시집과 산문집 ‘별,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당신을 부르며살았다’가 있다.
<정숙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