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직종 따라 어떻게 차이가 날까
▶ 자기 절제·추진력 등 체력 없인 감당 못해 운동 열심 비만도 적어…의보 가입률 근로자 보다 낮은 것은 문제
직종에 따라 건강에도 차이가 있을까? 만약 있다면 어떤 직종 종사자들이 가장 건강할까? 여기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진 바 없으니 객관적인 자료도 없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직종에 관계없이 이제 막 회사를 설립한 사업가들 가운데 건강의 표상으로 꼽힐 만한 사람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가의 덕목으로 꼽히는 자기 절제와 추진력은 건강의 뒷받침 없이는 갖기 힘들다. 체력이 따라 주어야 버티고, 인내하고, 자제하고, 밀어붙이고, 뛸 수가 있다. 모자라는 자금과 인력과 시간을‘몸’으로 때워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부실한 몸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게다가 직장에 몸이 묶인 봉급쟁이들과 달리 사업가는 업무 일과를 신축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근무시간이 신축적이면 운동할 시간을 끼워 넣기도 쉬워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회사를 설립한 사업가들이 대체로 건강하다는 관찰은 정확한 듯 보인다.
그러나 다른 유형의 사업가도 수두룩하다.
최근 나온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사업가를 배출한 곳으로는 스탠포드가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힌다.
당연히 스탠포드 출신인 소피 에간의 학창시절 친구 가운데에도 사업가가 많다. 이들은 졸업 후 몇 년간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가 ‘참담한 몰골’로 불쑥 나타나곤 한다.
이들의 모양새는 닮은꼴이다. 눈 밑엔 영구화장처럼 거무스름한 다크서클이 자리를 잡았고 어깨는 앞쪽으로 굽었다. 다소 개인차는 있지만 대개가 비슷비슷한 모습이다.
회사를 세우다가 애늙은이가 되어버린 동창들을 바라보면서 소피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그들의 건강상태가 새내기 사업가의 표준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예외인지 궁금해 한다.
여기에 답하기라도 하듯 갤럽-헬스웨이스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웰빙지수의 자료를 사용해 사업가들의 건강을 점검했다. 웰빙지수는 심리적, 정서적 건강은 물론 식사습관과 인생 목표까지 감안해 수치화한 지표다.
갤럽-헬스웨이가 웰빙지수라는 도구를 사용해 그려낸 그림은 대단히 역설적이었다. 활동지역에 상관없이 사업가들은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건강한 식사를 하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은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일반 근로자들에 비해 의료보험 가입률이 낮았다.
이 자료는 전국 50개주의 미국인 근로자 20여만명을 상대로 2012년 1월부터 2013년 6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실시한 무작위 전화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다.
‘자영업자와 비즈니스 오너’로 정의된 사업가는 전체 표본 샘플의 3%를 차지했다.
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업가의 최대 건강이점은 식습관이었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어제 하루 종일 잘 먹었다”든지 “정기적으로 채소와 야채를 먹는다”는 대답이 사업가들 사이에서 훨씬 많이 나왔다.
또한 사업가의 59%는 주당 3일 이상, 30분간 운동을 한다고 밝힌데 비해 일반 근로자의 54%만이 같은 대답을 했다. 본인이 뚱뚱하다는 응답도 19%대 25%로 사업가 쪽이 낮았다.
지난 5월 시애틀에서 새내기 사업가 지원기구인 UP 글로벌을 공동 설립한 조이 파머렌키는 “믿거나 말거나 사업가 모두가 사무실에서 나트륨 범벅인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수백명의 신흥기업 창립자를 도와 함께 일했던 그는 “일반 회사에서는 꿈도 꾸기 힘든 높은 수준의 자유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생회사 설립자들이 공유하는 문화환경”이라고 지적했다.
UP 글로벌의 종업원 핸드북은 “눈이 높이 쌓이거나 푸르른 호수가 손짓을 하면 그때를 휴식시간으로 활용하고, 나중에 못 다한 일을 보충하라”고 권한다.
신생 기업 직원들에게도 창업주와 마찬가지로 가급적 신축적인 근무 스케줄을 갖도록 허용하는 것이 좋다는 이상적인 권고다.
그러나 브루클린 소재 음료회사인 루나의 공동창업주 댄 맥콤비는 “느긋하게 시간적 여유를 즐기며 내 페이스대로 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투자자들을 안심시켜 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며 “필사적으로 일에 매달리다 건강을 상하는 신참 사업가들이 부지기수”라고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했다.
제 아무리 조그만 사업을 벌인다 해도 밑천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사업체를 만드는 일인데 주머닛돈을 털고 적금을 깨는 수준에서 자금을 충당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남의 돈까지 판돈으로 찔러 넣고 나면 월급 받고 주어진 일만 하면 그만인 봉급쟁이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무한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남겨주어야 자금 회수를 막을 수 있으니 끊임없이 수익창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그는 사업가를 중증 ‘순교자 증후군’ 환자라고 부른다. 사업을 시작한 후 몸이 홀쭉해지지 않았다면 충분히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이들의 무의식 속에 숨어 있다. 한마디로 건강하게 보이는 것이 죄스러운 마음이다. 눈치 보기의 생활화와 중압감의 일상화가 불러온 정신적 변이랄 수 있다.
테크놀러지 업종의 사업가들을 겨냥해 조직된 전국 차원의 온라인 트레이닝 그룹 ‘미니멈 비이어블 피트니스’의 공동설립자 줄리 프레드릭슨은 “첫 번째 사업체를 세웠을 때 체중이 무려 25파운드나 늘었고 지독히 나쁜 습관이 몸에 배었을 뿐 아니라 늘 피곤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쉴 틈이 거의 없고, 여행을 자주 해야 하는 기술업종 사업가들은 종종 점심식사를 건강과는 거리가 먼 주문 음식으로 때워야 하고, 칵테일파티에 참석해 쓸데없는 ‘뒷담화’를 나누며 얼굴도장,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들은 식생활이라든지 운동 등의 문제에 대해 이른바 ‘의사결정 피로감’(decision fatigue)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사업 이외의 다른 일에는 신경 쓰기조차 귀찮아진다.
학창시절 콜로라도에서 육상선수로 활약한 덕에 졸업 후에도 날렵한 몸매를 유지했던 줄리가 사업에 입문한 후 체중이 25파운드나 늘어났다면 평범한 ‘민간인’ 출신 사업가의 몸이 괸리 소홀을 틈타 얼마나 망가질 것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사업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요인도 적지 않다. 갤럽이 웰빙지수 서베이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사업가는 일반 근로자에 비해 자신의 미래를 낙관한다. 이제까지 나온 연구에 따르면 낙관주의는 건강과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게다가 사업가는 매일 지적 자극을 받는다. 이들이 종종 느끼는 성취감도 정신건강을 지켜주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적자극이나 성취감은 스트레스에 자리를 내어주는 경우가 잦다.
이보다 사업가의 건강을 위협하는 현실적인 조건은 의료보험이다. 갤럽 서베이에 응한 자영업자들의 4분의 3이 보험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직장인들은 10명중 9명꼴로 보험이 있다고 답했다.
신참 사업가들에게 조언과 자원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업체인 ‘영 앙트로프로너 카운슬’의 창업자 스캇 거버는 보험을 해결하지 못해 창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갤럽 조사에서도 의료보험 문제가 창업포기의 최대 원인으로 꼽혔다.
따지고 보면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 가운데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나의 보스가 ‘나’건 ‘남’이건 힘들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세상은 불공평한 가운데 공평하다”는 역설이 성립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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