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 의하면, 에덴을 탈출하여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인간을 측은하게 여긴 바카스 신(神)은 올림포스 산의 주정(酒精, 에탄올)을 하사한다. 이에 활력을 되찾은 우리의 선조는 에덴의 동쪽 티그리스 강안에 도성을 세우고 바벨탑을 쌓고 있다. 알코올은 우리의 일상을 영감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래서 술은 ‘術’이고 ‘에스프리’(Esprit)인 것이다. 술을 영어로 ‘Spirits’ 라고 하는 데, 이것은 술이 인간을 ‘축제’의 세계로 모시는 초대장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표현 이라고 믿어진다. 한국의 막걸리, 중국의 배갈, 영국의 위스키, 프랑스의 포도주, 독일의 맥주, 러시아의 보드카는 물론, 쿠바의 럼 주에 이르기까지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고유의 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술의 맛과 농도는 민족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술의 도수와 소비량은 사회적 긴장과 비례하기 때문에 소위 음주문화는 사회학자들의 연구대상이다.
구약 창세기에 대홍수 직후 어느 날 포도주를 마시고 잠든 롯이 음란한 사건에 빠지는, 술과 연관된 인류 최초의 근친상간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태어난 자손이 신의 저주를 받았다고 창세기는 적고 있다. 20세기 후반에 만연하고 있는 불치의 에이즈가 성적 문란에 노한 신이 내린 천벌(天罰)이라는 주장도 따지고 보면 이렇게 역사가 길다.
하지만 문예창작의 영감을 초혼(招魂)하는 역(役)은 역시 술이다. 세조가 단종에게 내린 사약을 들고 영월을 찾은 금부도사(禁府都事) 왕방연은 한 잔 술에 이렇게 읊고 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안자시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어린 단종과의 영원한 이별, 그로 인한 처연한 마음을 극적으로 그린 시다. 이런 신선수(神仙水)에 얼마 전 어느 소주 메이커가 천연 감미료이지만, 알코올과 반응하면 독성 물질로 변화되는 스테비오사이드를 첨가한 사실이 발각되어 큰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다. 1965년 케네디 이민법 개정안의 발효로 일기 시작한 한인들의 미국 대량유입에 이 한인 특유의 술 문화가 동행한 때문일까? 북미 대도시의 한인 밀집지역은 음주에 관련된 각종 사고의 다발지역으로 악명이 높다.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대도시 한인타운에 미국에서는 금기인 동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술집들이 늘어나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마사지 팔러와 관련된 한인 매춘 보도가 미국 매스미디어에 대서특필되고 있는데 이제 한국형 술집 관행이 매춘으로 인식되고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오래전부터 한국은 술 소비량에서 세계최고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교통사고 치사사건의 41%, 살인사건의 50%, 자살사건의 30%, 사고사의 30%가 음주에서 비롯되고 있고, 또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이민가정 파탄의 주범으로 술이 꼽힌다. 이 외에도 음주는 암, 심장질환, 뇌졸증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특히 ‘홈리스 피플’의 대부분이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은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높여준다.
초대교회 시절에도 과음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던 것 같다. 사도 바울은 AD 60년대에 소아시아의 에베소 교회에 보낸 서신에서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짓이다” 라고 권면하고 있다.
현대의 애주가들은 이 바울의 권면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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