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노벨상 발표를 보고 있노라면 “노벨상은 유대인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착각이 될 정도다. 일반적으로 노벨상을 받는 미국학자들 중 4분의1 정도가 유대인이었는데 올해는 유대인이 휩쓸었다. 6명이나 되는 유대인이 화학상, 물리학상, 생리의학상을 수상 했으며 어제 발표된 경제학상의 예일대 로버트 쉴러 교수도 리트비아 출신인 것으로 보아 유대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의 리트비아 이민 대부분은 유대계다.
유대인은 왜 이렇게 노벨상을 많이 탈까. 학자를 알아주는 전통 때문이다. 사회는 누구를 알아주느냐에 따라 그 방향으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한국인은 아직도 학자를 배고픈 직업으로 받아들인다. 검사와 판사, 의사를 알아준다. 돈과 권력을 알아주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좀 다르다. 돈과 권력이 아니다. 학자를 존경한다. 미국 유명 대학의 교수 22%가 유대인이다. 하버드 법대는 유대인 교수가 38%다. “학자가 초대되지 않은 식탁은 하느님의 축복을 받을 수 없다”라는 유대인 속담은 이들의 학자 존경 풍토를 잘 보여주고 있다. ‘탈무드’라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학습을 의미한다. 유대인이 얼마나 교육을 중시하는가를 보여주는 탈무드의 전설적인 일화가 있다.
로마의 군사령관 베시파시아누스가 예루살렘을 공격하기 전 랍비 벤 자카이와 만났을 때였다. 벤 자카이는 베시파시아누스가 곧 황제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바로 그 다음날 베시파시아누스는 자신이 황제에 추대되었음을 로마로부터 통보 받았다. 그는 벤 자카이의 예언을 신통히 여겨 그를 부른 후 “예루살렘을 멸망시키기 전 당신의 소원 하나만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랍비 벤 자카이는 이때 생각했다. “유대인은 로마인이 파괴할 수 없는 것을 가져야만 한다. 그것은 무엇인가. 교육이다. 로마인들은 후손들에게 칼을 물려주겠지만 유대인은 자손들에게 교육을 물려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교육은 칼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유대인이 로마인을 이길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벤 자카이는 유대인 학자들이 집단거주하며 학교를 세운 야브네라는 마을만은 로마군이 파괴하지 말도록 건의했다. 베시파시우스 사령관은 이를 쾌히 승낙하고 이튿날 예루살렘을 공격하여 불바다로 만들었다. 이때 신전의 서쪽 벽만 달랑 남았는데 그것이 오늘의 ‘통곡의 벽’이다.
유대인이 말하는 교육은 앵무새처럼 외워서 1등하는 교육이 아니라 공부를 통해 지혜를 깨닫는 과정을 의미한다. 지식보다 지혜를 더 중요시 한다. 유대인 남자는 13세가 되면 ‘바르 미츠바’라는 의식을 시나고그에서 갖는다. 이때 남자아이는 탈무드에 나오는 가르침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는 의견을 내놓아야 통과된다. 이렇게 되려면 탈무드를 공부하며 쉴 새 없이 선생인 랍비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 랍비와 반대되는 의견도 서슴지 않고 내놓는다. “질문하지 않으면 유대인이 아니고 반대하지 않으면 유대인이 아니다” “유대인 2명이 모이면 3가지 의견이 나온다”라는 속담이 이래서 나온 것이다.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창조적인 인간을 만드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왜 유대인이 노벨상을 휩쓰는가에 대한 질문에 노르웨이 출신의 노벨물리학자 게이바 교수가 “유대인은 항상 궁금증을 가지고 질문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은 유대인의 본질을 꿰뚫은 명답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앵무새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인들도 교육을 중시하지만 이점에서 유대인 교육과 차이가 난다. 지식을 통해 지혜를 얻도록 하는 것 - 이것이 유대인 교육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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