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림부르크의 어느 젊은 가톨릭주교가 4,100만 달러를 들여 교회건물을 증축했다. 그런데 여기에 슬쩍 얹어 자신의 숙소에 2만 달러짜리 욕조를 설치하는가 하면 주교관 정원을 110만 달러 들여 가꾸고 800스퀘어나 되는 피트니스 룸을 만들었다. 신자들로부터 사치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일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오바니 라요호라는 추기경을 현장에 보내 사실조사를 하는 한편 문제의 주교를 교황청으로 소환해 직접 해명을 들었다.
소문이 대부분 사실로 밝혀지자 교황은 테발츠반 엘스트라는 이 주교에 대해 즉각 직권중지조치를 내렸다.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가톨릭 내에 개혁운동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왜냐하면 신부나 주교의 사치에 대해 과거 신자들이 교황청에 시정을 요구하면 받아들여진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2002년 뉴욕의 윌리엄 머피 주교가 자신의 주교관을 호화롭게 증축하고 보좌 수녀를 6명이나 두는 등 분에 넘치는 생활을 해 교황 바오로 2세에게 신자들이 탄원했지만 어물쩍 넘어간 케이스다. 더구나 이번 정직처분을 받은 테발츠반 엘스트 주교는 전임교황 베네딕트16세가 임명했으며 48세에 주교가 된 독일 최연소 주교라 하여 화제를 모았던 신부다. 게다가 두 사람 사이가 가까워 은퇴한 베네딕트 교황이 면목이 없게 됐다.
그의 개혁 발언은 지난주에도 또 하나 터져 나왔다. 교회가 낙태, 동성애 문제에 매달려‘사랑’아닌 이론적 도그마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전장에서 부상당한 병사에게 “콜레스트롤이 얼마야? 당이 많잖아?”하고 물으면서 근본적인 치료를 게을리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낙태, 동성애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문제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브라질에서 열린 주교회의에서는 “교회가 의미있는 어떤 것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해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며 가톨릭 내의 엑소더스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교회 스스로가 반성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교회가 자기만의 논리에 갇혀있고 신자들의 바람과 동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그는 현대의 기독교가 세 가지 유혹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교회가 복음 메시지를 이데올로기로 바꿔 놓으려는 유혹, 두 번째는 교회를 사업체처럼 운영하려는 유혹, 세 번째는 성직자 중심주의에 치중하는 유혹에 말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가 의미없는 낡은 예법과 형식들에 얽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해방신학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가 거창한 교황복장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미국 내 일부 보수 가톨릭 층은 “교황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황이 동성애자들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황의 동성애자 관계발언을 자세히 살펴보면 동성애자를 편드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자들도 형제처럼 끌어안아야 된다는 기독교적 사랑의 본질을 설명한 것이라고 본다. 오늘날 교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지 사물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겸손과 검소의 상징이다. 성직자는 신앙 강좌보다 행동으로 시범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말 아닌 행동으로 성경을 설명해 보이라는 것이다. 그는 교황숙소를 마다하고 평신부들과 게스트하우스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교황전용 리무진도 안탄다. 중고차를 타고 다닌다. 주교들이 모두 긴장하고 있다. 프란치스코의 개혁운동은 가톨릭계에 진도 8.0의 강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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