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는 하급법원에서 내려진 판결에 불복하여 상급법원으로 하여금 하급법원의 판결을 뒤집든가, 사건을 하급법원으로 파송하여 재판을 다시하도록 명하든가 판결내용의 변경을 청원하는 절차이며, 재심은 재판을 시행한 법원(trial court) 앞으로 재판을 다시 하도록 요청하는 절차다. 한국말에는 “재판을 다시하다 (retrial)”라는 적당한 어휘가 없기에 ‘재심‘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재심을 요청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흔히 있을 수 있는 예를 들자면 새로 발견된 증거를 들 수 있으며, 또는 내려진 판결이 제시된 증거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다. 재심요청(motion for new trial)은 해당 재판을 주관했던 판사가 허가해야 하기 때문에 재심허가를 받기는 어렵다.
항소의 이유도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불법 증거 채택, 또는 채택거부에 대한 판사의 오판을 들 수 있다. 재판과정에서 판사의 잘못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증거가 안 받아들여졌든가, 이와 반대로 안 받아들여져야할 증거가 받아ㄷ,ㄹ여졌다는 이유로 재판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게 했다는 논리가 항소의 근거다. 항소심은 새로운 재판이 아니라는 원칙하에 새로운 증거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미 하급법원에서 있었던 재판과정의 오류를 검토하고 법리에 대한 공방에 따라 결정한다. 그러나 한국의 항소법원은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도 검토하고 배상액 변경에 대한 명령도 내린다. 재판을 부분적으로 다시 하는 양상이다. 한국의 제도와 비교해서 설명하면 형사사건에 있어서 가장 특이한 점은 미국에서 형사피고가 무죄 판결을 받으면 이것으로서 사건이 종결되지만 한국에서는 검찰이 항소한다는 점이다. 한명숙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한명숙은 국무총리시절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검찰은 고등법원에 항소하여 1심의 무죄판결을 뒤엎고 징역2년의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한명숙의 입장으로는 한국의 항소제도를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였다면 1심에서의 무죄판결이 최종판결이 되었으련만…. 고등법원의 유죄판결 이유로 한명숙 피고의 재판 중 증언과 재판 전에 행한 발언과 일치하지 않은 내용의 신빙성 때문임을 지적했다. 이 역시 미국에서의 항소심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시나리오다. 하급법원(재판을 시행한 법원)에서 결정한 상황은 그 상황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참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항소법원에서는 법적공방(legal issue)은 있을 수 있지만 사실관계 (factual issue)에 대해서는 하급법원이 결정한 사실을 근거로 진행해야 한다. 물론 재심청구와 항소에 관계되는 기술적인 세부절차가 요구된다. 한국의 항소에 관한 절차(appeal procedure) 가 바뀌지 안는 한 형사피고의 방어는 미국에서보다 훨씬 힘든 위치에 놓인다. 이 세상의 모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정해진 룰(rule)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룰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서 룰은 계속해서 발전한다. 그러나 오늘의 룰은 오늘 지켜져야 하는 준엄한 룰이어야 한다. intaklee@intaklee.com (703) 658-8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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