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내걸었던 정책 중의 하나는 ‘한식의 세계화’였다. 세심한 준비가 되어있는지 없는지, 세계인들이 금세 비빔밥과 김치를 먹을 것처럼 난리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니 이 정책은 또 하나의 용두사미가 된 예산낭비였다.
미주 지역의 중국 식당을 보면, 파인애플까지 메뉴에 등장하여 퓨전 중국음식으로 변하고 있다. 일본 식당은 일본 국내의 전통 스시 집에서는 볼 수없는 온갖 이름의 스시 롤이 등장하여 손님들을 끈다. 그러나 한식당은 아직도 우리가 옛날 먹던 식단 그대로를 고집하면서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어느 스시 집에 갔을 때였다. 전통 스시에서 벗어나 미국화한 스시 롤이 메뉴판을 차지하고 있었다. 스시 롤을 하나 시켜서 먹다가 웨이트레스에게 “이 롤에 땅콩 가루를 조금 뿌리면 맛이 달라질 것 같다고 했더니, 주방장에게 가서 보고를 했고, 정말 땅콩가루가 뿌려진 새 스시 롤이 등장했었다. 잠시 후에는 주문하지 않았던 스시 롤이 등장했다. 새로 메뉴판에 올리려고 시험해보는 롤인데 평을 해달란다. 미식가도 아니지만 맛본 그대로 평을 했었다. 새로 나왔던 두 롤은 모두 무료 서비스가 되었다.
다른 어느 일식당에 갔었다.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만만찮았다. 그런데 나무젓가락을 보니 제일 싸구려를 갖다놓았다. 음식과 젓가락이 서로 격이 달라서 웨이트레스에게 젓가락을 조금 더 질이 좋은 것으로 바꾸면 훨씬 더 맛을 돋울 것이라는 건의를 했다. 한참 후, 다시 그 일식당을 가볼 기회가 있었다. 변함없는 싸구려 젓가락이 등장했었다.
손님이 원하는 식단을 짜야지, 주방장의 고집만으로는 다문화권의 미국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 손님에게 “내가 만든 것이니 조용히 먹기나 해!”하는 식의 식단과 서비스로는 세계인들에게 다가가기 어렵다. 브라질로 이민 갔었던 한인, 서독으로 이민 갔었던 한인, 일본으로 징용 갔었던 한인, 미국으로 유학 온 한인들 등 한인 손님들만 모아놓고 세계화라는 소리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식품점에서 산 어느 김맛 전병을 뜯어보니 포장 제일 바깥쪽, 밖에서 보이는 전병에만 김이 조금 발렸고, 속의 것들은 김이라고는 흔적도 없었다. 심지어, 어느 한식당에서 잡곡밥이라며 내놓은 밥은 잡곡은 없고 야생 쌀 몇 톨을 넣어서 색깔만 가려놓은 흰 쌀밥이었다. 정직성 없이는 세계로 발 돋음할 수가 없다.
또한 화장실은 그 레스토랑의 얼굴이다. 어느 식당의 화장실에 가보니 손때가 덕지덕지 묻어 문을 열기가 꺼려졌다. 일 년에 한번 씩이라도 휴업하는 날 페인트칠을 하면 될 일인데 …. 화장실 내부는 전구가 수명을 다할 때마다 이것저것으로 갈아 끼워서 그런지 모두 다른 형태여서 전구 박물관 같은 곳도 있다. 휴지가 바닥에 어지럽게 팽개쳐있어 밥맛이 싹 가시는 곳도 있으니, 세계화보다도 먼저 청결화가 더 시급한 것 같다.
한식의 세계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신중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몇 년 전에는 어느 총영사가 일식집의 벽에 장식된 일본 부채 앞에서 부임 기자회견을 하더니, 지난 봄에는 한인 단체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사람이 기자회견을 일식당에서 가졌다는 기사가 있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선 한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도록 변해야한다. 손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정직과 청결로 무장되어야 한식의 화려한 미래를 볼 수 있다. 셰프 뿐만 아니라 한인 리더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식의 세계화로 통하는 길은 아직도 요원하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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