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50대)과 노년남성(60대)의 공통분모는 ‘삶이 고독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중년여성은 아이들이 다 커서 대학에 가거나 결혼해 둥지를 떠난 것에 대한 정신적 공간을 남편이 메꾸어 주지 못하는데서 오는 고독감이다. 여자는 40대가 되면 갱년기가 시작 되면서 “나는 늙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자는 좀 다르다. 40대나 50대에는 직장에서나 사회에서나 간부직에 오르는 나이이기 때문에 인생의 정점에 올라있어 늙었다는 생각은커녕 원기왕성하고 더 젊어 보인다. 같은 40대인데 여자와 남자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그래서 여자는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져 더욱 고독하다. 게다가 남편이 다른 여성에게 한눈이라도 팔면 “이때까지 고생한 결과가 이런 것인가”하고 서글퍼진다. 인생을 헛되이 보낸 기분이다.
남성의 갱년기(?)는 60대에 찾아온다. 잘 나가던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은퇴하거나 사업에 실패하면 불필요한 존재로 변해 버린다. 심지어 아내나 아이들도 은퇴한 아버지에 대해 부담스런 존재로 느끼는 기색이 역력해진다. 할 일이 없는 것, 쓸모없는 인간으로 취급 받는 것,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은 남성에게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여성은 40대부터 고독을 겪기 때문에 홀로 서는 훈련이 잘 되어있다. 그러나 남자의 경우는 고독과 역할상실이 노년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혼자 지내는 적응훈련이 전혀 안되어 있다. 그래서 아내 얼굴만 쳐다보게 된다. 아내가 없으면 밥도 차려먹기 힘들다. 그렇다고 혼자 외출해 식당에서 먹자니 처량해 보이고 누가 볼까봐 망설여진다. 자연히 아내가 어디가나, 몇 시에 들어 오나에 신경이 쏠리게 되어 잔소리가 나오면서 쩨쩨한 남편이 되어 버린다. 이래서 ‘이사 갈 때 마누라가 아끼는 강아지를 꼭 끌어안고 먼저 차에 올라타고 있어야 한다’는 조크까지 나왔다. 버리고 갈까봐 두려워서라나.
반면 여성은 60세가 넘으면 훨훨 난다. 안 만나던 동창들과 갑자기 여행도 다니고 교회도 더 열심이고 툭하면 눈요기 쇼핑을 나간다.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이 지루해 나름대로 자유를 누리기 위한 도피 행각이기도 하다. 점점 어깨를 펴고 다니고 자신의 외출에 대해서도 정정당당하게 합리화된 설명을 한다. 남편과 아내의 위치가 노년에 이르면 정반대가 된다. 여자가 집안의 대들보가 되고 남자는 아내만 쳐다보는 해바라기 신세다. 노년의 남성은 은퇴 후유증이 예상했던 것 보다 심각한 것에 놀라게 되고 자신이 가정에서도 완전히 팽 당한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노년의 남녀가 지니는 고민은 고독과 역할 상실이다. 노년의 부부는 부부 간의 역할분담에서부터 성생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솔직히 의논해야 한다. 아내가 가정의 주도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남편들이 인정해야 한다. 찰떡부부가 아니라 철도처럼 나란히 달리되 거리를 두는 평행관계이어야 한다. 남자나 여자나 부부이면서도 서로 자유를 원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눈으로 잣대를 재면 모든 것이 불만족이다. 젊은 시절의 여성 행복은 남편에게 달려있었지만 노년의 남성 행복은 어떤 아내를 가졌느냐에 좌우된다. 남편은 과거의 남자가 아니고 아내도 과거의 여자가 아니다. 정계 개편처럼 부부관계 개편이 선행 되어야 한다. 이는 상하관계가 아닌 상대방 인격을 존중하는 대등한 관계의 개편을 의미한다. 서로 존중하면 서로 존경하게 되고, 서로 존경하면 서로 사랑하게 되기 마련이다. 부부 간의 인격존중 - 이것이 ‘행복한 노년부부’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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