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군에 두 건의 골치 아픈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이 두 사건은 인사 문제여서 공개적 거론에는 관련법과 정책 규정 상 여러 제약이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 한도 내에서만 언급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우선 평소에 주위로부터 평판이 좋았던 교장과 그 밑에서 일했던 회계 담당 직원의 횡령 혐의이다. 검찰의 기소에 의하면 몇 년 전부터 이 교장은 자신의 아들을 고용해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한 것처럼 가장해 임금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현재 대학생인 그 아들도 그래서 장물취득 혐의로 기소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보도에 의하면 교육청은 아들을 고용한 행위가 교육청 인사 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기소된 교장과 회계직원은 현재 근무정지 상태이다. 이 사건은 가뜩이나 내년도 교육예산수립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교육위원회 입장에서는 악재이다. 그렇게 새는 곳이 있으니 재정의 어려움이 당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보는 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 기소 내용대로라면 회계 담당자와 직속 상관이 직접 연루된 일이라 바로 잡아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경찰 조사 자체가 범죄 혐의를 눈치 챈 다른 직원의 교육청 보고 후 경찰에 신고 되어 시작되었는데 그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 말고 정작 많은 사람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것은 어느 고등학교 풋볼 게임에서 보여졌던 풋볼 코치의 행태였다. 두주 전 금요일에 있었던 이 경기에서 전반전을 마치고 해프타임에 학교 마칭밴드가 공연을 했다. 이 공연은 이번 시즌의 마지막 일정이었는데 졸업반 학생들을 특별히 소개하는 행사와 겸해졌다. 그런데 그로 인해 시간이 지연되면서 해프타임이 다 소진되어 갔고 후반전 게임 시작과 함께 홈팀에게 페널티가 주어 질수 있는 상황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이에 홈팀의 풋볼 코치가 거칠고 강압적인 언행으로 마칭밴드를 연주 도중에 운동장에서 몰아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당시 목격했던 학교신문 학생기자들이 바로 기사화 했다. 그리고 기사가 인터넷에 올려져 급속도로 번져 나갔다. 나는 수요일 오후에나 처음으로 이 기사를 접할 수 있었는데 그 날부터 이 사건에 대한 항의 이메일이 교육위원회 의장인 나와 교육청, 그리고 해당 학교 교장에게 쇄도하기 시작했다. 이메일은 단지 이 곳 훼어팩스 카운티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 그리고 심지어 외국으로부터 오기까지 했다. 거의 모든 이메일이 풋볼코치의 행위를 비난하고 음악을 경시하는 풍조가 있지 않느냐는 힐난성 질문과 더불어 코치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는 내용들이었다. 이 지역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물론 통신사를 통해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어느 곳에서도 사건 내용을 접할 수 있는 창피한 일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 가운데 그래도 다행이라면 사건 내용의 심각성을 감지해 교육청이 속히 진상을 파악한 후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목요일 오후까지 해당학교 교장으로 하여금 사과편지를 모든 학부모들과 지역사회 그리고 언론사에 전달하도록 했다. 그 편지에는 풋볼코치가 직접 사과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했다. 그리고 나는 이메일을 보내온 모든 사람들에게 일일이 교장의 사과 편지 사실을 알리고 이해를 요청하는 답장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풋볼코치의 처벌을 요구하는 이메일이 이어졌다. 그런데 풋볼코치에 대한 인사처벌은 교육위원회 보다는 교육감 선에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고 인사처벌에는 따라야 하는 적절한 절차와 내용 비밀 보장의 법규들이 있다. 그래서 단시간에 하거나 공개할 수도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 사이 풋볼코치가 밴드학생들에게 공개 사과했음은 물론이다. 어쨌든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비록 학생 기자들이 쓴 기사였지만 인터넷을 통해 대중에게 전파될 때 어떤 위력을 지닐 수 있는가를 절실히 느끼게 해 준 며칠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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