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에는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 연중행사로 ‘감사’ 주문을 외운다. 밤늦게 귀가하는 부모, 학교에서 돌아와 사람 얼굴보다는 컴퓨터나 TV 화면을 더 오랫동안 보고 있는 자녀, 평소에는 전화 한 번 없던 친지들이 갑작스레 등장하는 날이다.
서먹서먹하기 짝이 없다. 한 수 더 떠 낯 뜨겁게 만드는 것은 “일 년을 돌아보며 감사한 것을 한가지 씩 말하고 식사하자”로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이 커피 자판기가 아닌데 주문한다고 ‘감사’가 튀어나올까. 평소에 “Thank You”를 말하는 버릇이 들지 않았는데 일 년에 한번 씩 정기검사를 한다고 자연스레 나올까.
건망증과 알츠하이머병을 제외하고는, 무엇인가 잊을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특권이요 행복이다. 나아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망각은 인간을 행복하게 해준다”라는 말까지 있지만 때에 따라 그 망각이 학생의 장래를 가로막는 먹구름을 불러올 수 있다.
“Please”와 더불어 성공의 열쇠로 알려져 있는 “Thank You”는 잊지 말아야 할 단어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이 ‘Thank You’ 망각증에 걸려있다. 고교 교사, 카운슬러들이 대학 지원서 접수 시즌이 되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추천서를 열심히 써주었는데 찾아와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학생이 드물다”라는 것이다.
대학 인터뷰 담당자도 같은 우려를 표한다. 브라운 대학에서 나온 인터뷰 담당자는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어떻게 하면 들어 올 까에만 신경을 쓰고 지켜야 할 예의는 안중에도 없다. 인터뷰 시간에 늦게 나오기 일쑤고, 인터뷰 후에도 ‘thank you’ 라는 말 한마디 없는 학생이 허다하다”라며 한탄한다.
물론 그들이 “Thank You”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은 “지원자가 갖출 사회생활의 에티켓이다”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버릇없다”는 말에 수긍이 가게 하는 지적이다. 공부를 아무리 잘하고 시험점수가 아무리 높다 한들 사회성이 부족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곳이 대학이요 인간사회다. 최근 발표된 워크포스 솔류션 연구자료에 따르면 직장을 찾는 대학 졸업자 10명 가운데 7명이 소프트 스킬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고용담당 책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우리가 지원자를 탈락 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 부족도, 대학 학점 부족도, 실력 부족도 아닌 소프트 스킬 부족이다.”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팀워크를 이루어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가는 회사라는 곳은 사무실에서의 기초적인 예의 그리고 인간관계 기술을 요구한다. 그 기술의 출발점이 바로 ‘please’와 ‘thank you’다.
‘나와 그것(I and It)’으로 점철되는 기능적 인간관계에 빠져 ‘나와 너(I and Thou)’의 유기적 인간관계를 확립하지 못하고, 학교ㆍ조직ㆍ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를 망각한 학생 즉 ‘Thank you’를 망각한 학생은 누구일까.
그는 수학공식, 영어단어. 화학 원소명은 기억하지만 정작 자신과 직접 관련된 사람, 부모, 교사 그리고 카운슬러 등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두뇌의 중심부에 지우개가 지나간 것처럼 흔적조차 없다.
그렇다고 엎드려 절을 받거나, 부모가 나서서 자녀를 대신해서 ‘감사’를 표시하는 행동은 금물이다. 평소에 부모가 직접 본을 보이고, 나아가 환자가 스스로 정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정신과 의사처럼 자녀가 ‘Thank you’ 버릇에 익숙할 수 있도록 길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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