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을 펴든 아내, 땅이 꺼질 듯 내뱉는 탄식이 심상치 않다. “뭔 데?”묻자 대꾸에 자못 분노가 역력하다. “믿을 X 하나 없네!” 지면에 얼핏 보이는 친숙한 이름 K 아무개다.
대형 비영리 자원봉사 단체의 대표가 공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었다. 뉴스를 접하며 마음 아픈 정도로 말하면 토네이도에 한 방 맞은 것 같다. 그는 평소 불의를 고발하고 경각심을 일깨워 주던 공인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미국을 지상의 낙원으로 믿고 찾아 온 우리에게 더 이상의 선택은 없다. 과거 모국에서 허물이 있었다면 선진 생활풍토 속에 살면서 조금은 나아져야 한다.
한국에서 온 친구가 비아냥거렸다. “미국 이거 개판이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면 옳은 말이다. 그러나 죄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이 나라의 법치국가다운 엄격함은 한국과 다르다. ‘내일이면 그만’인 듯 다 잊고 마는 한국이 아니다. 한 번 죄인은 영원한 죄인이다.
문제의 K씨, 뒷돈만 주면 대통령 봉사상까지 난발했다는 데는 말문이 막힌다. 하필이면 그가 청소년 자원봉사단체를 이용해 부정비리를 저질렀다니 한인사회의 허술한 배경이 노출된 샘이다.
한국은 어떤가. 삼분의 일이 빈곤층이라는데 여기다 대고 방영하는 드라마를 보면 흥청망청 분수에 넘는 호화생활 일색이다.
근래 부정비리의 수위는 나라가 분해될 지경까지 이르렀다. 돈이 끼어들면 예외가 없다. 첨단무기, 원전, 국보1호, 4대강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가 기폭점인지 아무도 모른다.
해결책은 하나다. 다음 날이면 깡그리 잊어먹는 국민 건망증의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통수권자의 특사제도 남용을 제한해야 한다. 중범죄자는 형을 감옥에서 마치도록 해야 한다.
‘정치란 무엇인가’질문을 던졌더니 ‘쟁이들의 장끼자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거짓말쟁이, 욕쟁이, 허풍쟁이 … 이 정도의 재능은 갖추어야 제구실을 한단다. 장관 후보로 이 사람이다 싶어 청문회에 세워 벗겨보면 하나 같이 탈세, 병역기피, 뇌물수수, 재산도피다. 궁지로 몰릴 때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기억상실증이 나타난다.
한인사회에도 한국사회에도 불신풍조가 만연하는 느낌이다. 이번에 불거진 K씨 관련 대형 부정비리 스캔들의 진상을 반드시 밝혀내고 새로운 한인사회의 기풍을 세워야 하겠다. 행여 ‘이 꼴 저 꼴 보고 싶지 않다’며 커뮤니티를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고독한 이민생활의 연장일 뿐이다.
다민족 사회의 치열한 경쟁에서 한인파워를 기르는 방법으로 부의 축적이나 정계 진출에만 집착한다면 큰 잘못이다. 한인사회가 바로 서는 저변의 뿌리, 차세대에 공을 들여야 한다. 1세대가 조성한 비옥한 토양 위에 차세대 꿈나무를 키우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꿈나무를 키우자, 한인사회가 부강해지는 가장 중요한 농사다. 각 가정의 자녀들은 지금 안전지대에 놓여있는지 수시로 살펴보자. 차세대의 주인공들이 잘못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가 몸으로 보호망을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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