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역사상 가장 우러름을 받는 삼도 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께서는 1598년음력 11월19일 (양력 12월16일) 남해 관음포에서 바람 찬 미명에 전사하셨으니 2013년 12월16일로 순국 415 주기가 되는 셈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 나고 한번 죽는다.
우리가 훌륭한 이를 기릴 때 흔히 생일에의미를 두지만 충무공의 경우는 공의 의지로 이룩한 한없이 거룩한 일생을 새겨 순국일을 더 기리는 것이 옳다고 본다.
유례없이 참혹했던 임진왜란 7년 전쟁은통제사 이순신을 앗아간 마지막 노량해전이없었더라도 침략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일본 군부 5인 다이묘의 집단 철군 명령에 의해 자동으로 끝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불멸의 명장을 지어 내려는 역사의 운명적 마련이었던가?물러가겠다는데 길을 열어 보내주면 그만이지 굳이, 희생을 감수하며 길을 막고 싸울 필요가 있겠느냐는 명나라 장수 진린의주장이 이순신 장군의 죄 없는 우리 백성을괴롭힌 침략자는 한 놈도 살려 보낼 수 없다는 편범불반(片帆不返)의 결전 의지에 설복 당하여 노량해전이 일어나게 된다.
위대한 명장 탄생의 드라마는 참으로 극적이어서 칠흑 같은 겨울 밤 새벽 2시 노량 해협에서 마주친 일본 선단 500척은 조선 수군 80여척과 명나라 수군 300여척의연합 화공 작전에 밀려 대파되면서 겨우 남은 200여척이 남해도 서해안을 끼고 남하하다가 어둠 속에 지리를 오판하여 스스로호리병 모양의 관음포 안으로 들어가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게 된다. 이게 웬 떡이냐고병목을 틀어막은 이순신 장군, 그러나 퇴로가 없는 독 안에 갇힌 꼴이 된 일본군은 사태를 깨닫고 육박 백병전으로 되돌아 결사적으로 반격해오니 장군은 적의 조총 사정권 안에 들면서 전사하게 된다. 일본 조총의사정권 밖에서 화포 공격을 하는 이순신 고유의 전법이 돌발 상황으로 시행되지 못하였던 것이다.
온 나라가 슬픔과 애통함에 흐느꼈고 남해안 백성들의 통곡과 눈물은 그치지를 않았다. 충무공 막하 인물 중 김택남은 상복을 입고 부모에 거상을 치르듯 3년 상의 예를 다했고 서희서는 세상일에 뜻을 잃고 관직생활을 포기한 채 은둔하고 말았다고 한다.
충무공 순국 후, 산서 조경남은 충무공보다 25살 아래로 임진왜란 중에는 충무공막하에 들어와 의병장으로도 활약하며‘ 난중잡록’이라는 57년간의 귀중한 기록을 남긴 선비인데 ‘이 충무를 슬퍼함’이라는 가슴 저린 시 한 수를 남겼다육 년을 한산에서 군대 이끌고거북선 몇 번이나 오랑캐 쳤나죄 없이 불려가 옥에 갇히고홀몸으로 내려와 다시 싸웠네벽파진 세 번 싸움 절개 다하고하루아침 남해에서 순국했나니기 두르고 북을 치며 맹세하던 말지금도 남아 들려 눈물 흐르네이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충무공을 기리는 시문을 남겼지만 광해군 때 영의정을 지낸 퇴우정 박승종(退憂亭 朴承宗)의‘충민사기 (忠愍祠記)’에서는 오히려 이순신의 죽음을 예찬함으로써 최고의 송사로 일컬어지고 있다.“ 아! 공으로 하여금 만일 그날에 죽지 않게 했다면 일개 공신에 지날것이 없었는데, 이제 마침내 그 충성을 선양하고 절개를 표창함이 천지에 찬란하니 비록 죽었어도 오히려 살았도다."죽어야 할 때 죽어야 할 곳에서 죽음으로서 오히려 빛을 더하는 아침 태양처럼 청사에 높이 헌양 되었으니 공의 처절하고도 올곧은 54년의 짧은 생애와 극적인 순국은 5천년 우리 역사의 최고 걸작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공의 한 없이 숭고한 민족애가 새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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