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말도 시대를 함께 따라가며 아름답게 또는 익살스럽게 더러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지난해 일어났던 이야기다. 사진을 즐겨 찍고 감상을 좋아하지만 나의 사진을 다른 여러 사람에게 보여 주기는 정말 오랜 만이다. 그래서 그런지 전시회를 갖는 설레임은 어느 때 보다 크게 느껴졌다. 미국으로 온 이후로는 처음 갖는 전시회였고 나의 작품이 내 놓을 만한 게 별로 없어 우리 사진클럽의 회원 중에서 희망자에 한해 18명이 11점씩을 출품한 사진전시회 때에 일어난 이야기가 있었다. 전시 장소가 200점 이상을 걸지 못했기 때문에 기회 균등의 원칙에 의해 배당을 하였고 우리 작품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연이은 논의 끝에 될 수 있으면 많이 판매를 해서 그 판매 금액을 불우한 곳에 성금으로 전액을 내 놓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래서 전시회 명칭도 ‘불우이웃돕기 성금 마련 사진전시회’라고 붙였다.
전시회 개장을 하자 많은 관람객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신문에 홍보도 하고 포스터를 제작하여 한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면 어김없이 붙여 놓았다. 전시 장소가 버지니아 애난데일에 위치하고 있어 나를 비롯한 몇몇 회원은 메릴랜드에서 출퇴근을 하였지만, 나머지 버지니아 거주 회원들은 비교적 가까운 터라 그들을 찾아오시는 친구, 가족, 교인, 친지 등 관람객들도 많았지만, 단체나 직장 동료를 비롯해 회원작가 친구들의 방문이 두드러지게 많았었다.
어느 한 회원작가의 친구 분들은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눈에 뜨일 만큼 많았음을 느꼈다. 처음엔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무슨 말인가 싶어 주의 깊게 듣지 않았는데 그 회원작가를 찾아오신 친구 분들에게 똑같이 하는 말에 이상함을 느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었다. “와줘서 고맙다. 그런데 어떡할래? 죽을래? 살래?” 이 말을 처음 들을 때는 내 귀를 의심했었다. 언뜻 들으면 조폭 집단에서 쓰는 험한 말 같아서 눈이 휘둥그레 졌지만 말을 한 사진작가나 사진전시를 관람 온 친구 상대자는 싱글싱글 웃는 낯으로 서로 툭툭 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응답을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여기서 ‘살래?’는 ‘죽고 사는 그 삶(生)’이 아니라 ‘사고파는 매매(賣買)행위’를 말하는 것이었으니 그 의미를 알고부터는 웃음이 절로 쏟아져 나왔다. 즉 알기 쉽게 말하자면 “좋은 말 할 때 내 작품을 사라”는 일방적인 권유인 그런 내용인 것이다.
200여점의 사진을 100달러정도의 낮은 가격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려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모금 목표액을 3,000달러로 정하고 30작품 정도를 판매하기 위해 우리는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 정도만 팔려도 한곳에 성금을 보낼 수 있다고 열심히 홍보했고 참여 작가들이 열심히 해 준 덕으로 판매실적이 매우 좋아 목표금액을 뛰어 넘은 5,000달러를 모금했다. 마감 즉시 한국일보사를 통해 불우한 이웃들을 이끄는 두 단체에 나누어 전달을 하는데 성공했다. 전시회가 끝난 후 결산을 해보니 ‘죽을래? 살래?’를 열심히 외치던 그 회원작가의 판매금액이 월등히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심심풀이로 해 본 농담. “죽을래? 살래?”가 불우한 이웃에 성금을 모금하는데 큰 몫을 했다는 말은 현장에 있어 본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로 모든 회원작가들을 감동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
올해도 또 하려고 계획한 사진작품 전시회를 사정이 생겨 못하고 그냥 지나간다. 내년에는 꼭 해야지 하는 미안한 마음을 먹으며 연말을 보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