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3일자에 실린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사형에 관한 기사와 그리고 함께 실린 사형선고문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히틀러, 스탈린, 모택동 시절로 돌아간 착각 속에 한참동안 사로잡혔다. 김정은은 자의든 타의든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이 저지른‘만행의 전통’을 자행한 것이다. 이러한 사형선고와 집행내용을 보고 어떻게 이런 만행을 할 수 있을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장성택 사건을 둘러싼 남한의 일부 진보진영의 반응과 무반응이 생각 있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회의원에 두 번 당선되고 노무현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유시민씨는 지난 15일 노무현 재단이주최한 송년 행사에서 “북한의 장성택 처형과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은 같다”고 했다.
이석기가 누구인가. 그가 내란 음모사건에 연루되어 공개재판을 받고 있는 친북좌파라는 사실은 그의 과거의 행동으로 이미 입증되지 않았는가? 이석기는 구속 수감 전까지 국회에 등원하여 면책특권을 이용하여 현 정부를 근거 없이 비난했으며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어 무죄를 주장하면서 자유민주주의가 부여하는 표현의 자유를 만끽했다. 그는 20명 넘는 변호인들과 함께 재판정에서 검찰과 석 달째 법리 공방을 벌이고 있다. 유씨는 어느 근거에서 두 사건이 같다고 했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하다.
장성택 사건에 대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그러다가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박창신 신부가 지난 17일 열린 만민공동회 집회에서 이 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문제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른바 ‘종북 발언’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고 말하면서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발언은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과정을 묘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신부는 천안함 폭침사건이 정부의 조작이라는 암시를 굽히지 않으면서도 지금 남북한의 최대의 이슈로 되어있는 장성택 사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정말 신기한 일이다.
장성택 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진보세력은 정의구현사제단 외에 통합진보당이 있다. 국내 정치적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정의와 인권을 앞세우며 즉각 논평과 성명을 발표했던 정당이다. 장성택 처형소식이 들려오던 지난 9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 부정선거와 종북몰이, 독재로 유지해온 박근혜 정권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 민심이자 천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이들은 북한 세습독재정권의 인권탄압과 비민주적 만행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인가.
보수와 진보세력은 건전한 국가사회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인이 인정하는 건설적인 제안과 객관적이고 공평한 비평을 할 때 존재가치가 있으며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들은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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