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저녁 TV에 방영된 LA공항의 한 장면은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했다. 한 할머니가 유해로 돌아온 남편을 공항에서 맞이하는 장면이다. 63년 동안 기다려 온 남편이었다. 할머니는 성조기가 덮힌 남편의 관을 어루만지면서 “나는 당신을 사랑했으며, 당신은 나를 사랑했습니다. 이제 우리의 결혼은 완성 됐습니다.” 라는 말로 부부의 아름다운 순애보를 전했다. 기다리는 아내는 94세의 클래라 갠트 할머니, 한국전쟁에서 포로로 잡혀 북한에서 사망한 후 고향으로 돌아 온 남편은 조지프 갠트 미 육군 일등 상사였다. 그들의 순애보는 1946년 텍사스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오는 기차 안에서 시작됐다. 당시 클래라는 27세난 처녀였으며 조지프는 22세난 총각이었다. 사랑에 빠진 둘은 1948년 결혼했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2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남편은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 그해 12월 군우리 전투에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혔고 북한 포로수용소에서 1951년에 사망했다. 남편은 전쟁터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재혼하라 했지만 아내는 지금까지 조지프의 아내로만 살아온 것이다. 공항에서 남편의 관을 맞이한 아내는 "이제야 편히 눈을 감게 됐다"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인 것처럼 이 부부는 영원한 부부가 된 것이다. 부부가 같이 살다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함께 숨을 거두면 그보다 더 행복한 부부가 없으련만 이는 인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이요 전적으로 하나님의 소관이다. 때문에 의례 둘 가운데 한쪽이 먼저 숨을 거두게 마련이다. 그것도 클래라의 경우는 결혼한지 2년밖에 되지 않아서 전쟁터로 떠나가 버린 남편 조지프, 그리고 남편이 죽기 전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라고 권했지만 마다하고 남편의 유해를 61년이나 기다려 온 아내, 그 아내는 그때서야 ‘행복한 결혼의 완성’을 선언했다. 지금까지 청상과부로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고초와 외로움이 클래라를 엄습해 왔을까? 가깝게 지내왔던 한 목사님이 들려주신 얘기다. 그의 어머니가 40세에 다섯살 위인 아버지와 어린 4남매를 놔두고 세상을 떠나셨다. 세월이 흘러 자식들은 성인으로 성장하여 각기 헤어져 살게 되었으며 90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홀로 살아오고 계신다. 자식들이 서로 모실려고 해도 ‘자식들의 걸림돌’이 되기 싫다는 이유에서 말이다. 한번은 자식들이 홀로되신 노 여집사님 한분을 아버지에게 소개했다. 이에 대한 아버지의 반응은 이러했다. “내가 다시 결혼하면 천국에 가서 네 어머니를 어떻게 보냐?”나는 클래라 할머니의 경우와 한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어머니의 경우를 생각했다. 아버지는 내가 대학 2학년때인 1959년 54세로 우리 5남매를 남겨놓고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 나이 47세였다. 그후 어머니는 자식들만을 위해 40여년동안 고생하시다가 몇년전에 미국 한 양로원에서 숨을 거두시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장남인 나로서 함께 모시지 못한 불효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아무리 후회한들 다 지나간 날들이니 돌이킬 수 없지 않는가? 노년에 외롭게 된 분들이 좋은 반려자를 만나 여생을 행복하게 사는 모습들을 자주본다.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고 등을 긁어주며 사는 것이다. 행복하게 사시면 좋으련만 서로 등을 돌리고 사는 분들도 가끔 본다. 많은 홀로된 분들이 자신들의 욕심보다는 자식들의 짐 덜어주려고 재혼하는데 어떤 때는 오히려 자식들이 이를 부담으로 느낀다. 자식들이 부모심정을 알아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슬픈 예는 자식들이 유산을 남에게(?) 빼앗기는 것이 못마땅해서 부모의 재혼을 반대한다. 나도 이해가 지나면 70대 후반에, 아내는 중반에 들어선다. 지금까지는 부부가 큰 병 없이 하나님의 은혜로 그런대로 건강하게 지내왔지만 우리가 앞일을 어떻게 알겠는가? 우리는 이런 농담을 가끔 한다. “내가 먼저 죽으면 외롭게 살지 말고 좋은 사람하고 바로 재혼하세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하나님에게 함께 불려가기를 원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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