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잡지가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것을 보면 알 수 있다.” 1964년 외설죄 재판에서 연방 대법원 판사 스튜워트가 남긴 말이다. 교양도 마찬가지로,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려워도 경험해보면 그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줄리아 로버츠의 모습을 예로 들자. 할리우드 매춘부로 분장한 줄리아가 폴로경기 파티에서 따돌림을 당한 이유는 그녀의 신분 자체에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녀가 파티의 뜻을 감지하지 못한 데서 왔다. 파티라는 것이 인물 평가전, 즉 칼날 같은 유머감각, 예리한 비판력, 풍부한 대화소재로 어우러져 은은하게 풍기는 교양의 여부에 따라 참석자의 수준이 평가되어 순식간에 매장되거나 떠오르는 별이 되는 이벤트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양을 매너와 동등시 여긴다. 입안에 음식을 가득 채우고 말하지 않거나, 분위기에 어울리는 옷차림으로 파티에 참석하고,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면 ‘교양이 있다’라고 판단한다. 그렇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매너는 교양이라 할 수 없다.
1605년에 출간된 ‘학문의 진보’에서 프란시스 베이컨은 교양인이라면 4가지 기술, 즉 발견과 탐구력, 음미와 판단력, 보관과 기억력, 전달과 발표력을 가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오늘날 인터넷 시대에 걸 맞는 말로 바꾸면, 구글을 통해 수집된 정보의 적합성, 정확성, 영향력, 가치 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면 ‘교양이 없다’가 된다.
세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만, 교양이란 자신의 뿌리를 깊숙이 알고 남의 것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아량,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인간 문화의 흐름을 섭렵할 수 있는 지혜, 그리고 그것들을 자신의 독특한 시각으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감각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대학은 자신의 분야가 아니면 무슨 말을 하는지 서로 이해하지도 못할 지경의 바벨탑 쌓는 곳으로 둔갑했다. 졸업 후 살길을 모색하느라 자신의 전공에만 빠져 폭넓은 교양훈련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해서 “음악 전공을 하려는데 물리나 화학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혹은 “의대를 지망하는데 쓸데없는 미술사는 알아서 무엇하나”라는 질문이 나온다. 그들의 머리는 교과서 지식으로 차고 넘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미국 문화의 시금석”이라 불리는 주간지 뉴요커의 문화, 예술, 에세이, 서평기사 같은 것이 자리 잡을 곳이 없다.
특히 변호사, 의사, 엔지니어, 비즈니스 등 전문직을 추구하는 학생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시험과 성적을 위해 교과서와 씨름하느라 폭넓은 지식, 다양한 관심, 자아표현력 쌓기에 소홀히 하는 것이다. 졸업 후 자격증을 딴 뒤에 그들의 머리는 전문용어와 이론으로 가득 차 전문지식을 훌륭히 품어낼 수는 있어도 자신의 분야를 조금만 벗어나면 실어증 환자로 돌변하거나, 사교모임 자리에서 ‘귀여운 여인’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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