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초 미국과 한국에서 잇달아 치매관련 뉴스가 전해졌다. 7일엔 신호범 워싱턴 주 상원의원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이 성명을 통해 공개되었고 6일엔 한국 아이돌 스타의 50대 아버지가 치매를 앓던 80대 부모를 살해하고 자살한 참담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부대 하우스보이로 일하던 고아에서 미 주류정치인으로 성공한 신의원의 발병은 충격과 함께 안타까움을 주고 있으며 몇 년간 치매부모를 간호하다 우울증에 걸린 중년아들의 동반자살 소식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한인들을 다시 한 번 두렵게 한다.
치매는 슬프고 잔인한 병이다. 한 사람이 평생 쌓아올린 품격을 무참하게 파괴해 자녀들조차 존경하기 힘든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게 한다는 점에서 특히 잔인하다.
확실한 예방이나 완치법도 없다. 게다가 24시간 누군가 곁에서 돌보지 않으면 환자 자신은 물론 이웃에까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현대의학은 치매로 일단 손상된 뇌세포를 정상으로 되돌려놓지 못한다. 조기 발견하여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진행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가족의 꾸준한 간병이 중요하지만 부부가 맞벌이하는 이민가정에서 치매환자를 집에서 돌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도 현재 한인노인들의 상당수는 저소득층 정부보조를 받아 요양병원 장기입원이 가능하다. 그들의 자녀세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주택 소유주인 ‘중산층’으로 분류되지만 연 수천달러의 장기간병보험료를 감당할 여유를 가진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구고령화에 따라 현재 510만 명인 미국 내 치매환자는 2050년에는 1,38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별도의 통계는 없지만 치매 급증추세는 미주한인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개인은 물론 커뮤니티 차원에서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병 자체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치료시설과 비용, 지치고 힘든 가족들을 돕는 서포트 프로그램까지 미 정부와 사회의 각종 지원프로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안내 서비스부터 시작해야 한다.
적극적 관심이 시급하다.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가를 실감케 하는 치매노인은 언제나 ‘그들’이 아니다. ‘우리의 내일’일 수도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