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 5월29일, 파리의 샹제리제 극장에서 발레를 관람하던 관객들이 소동을 벌였다. “이게 발레냐 집어치워라. 지휘자의 지휘봉을 꺾어라. 드럼치는 자의 손목을 꺾어라!”라는 야유를 보내며 일부 청중들이 공연을 보던 중간에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에 “조용히 좀 하고 봅시다”라며 다른 관람객들이 그들을 진정시키려 들었다. 잠시 후 야유를 보내는 청중과 말리려는 청중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고, 곧 이어 주먹다짐으로 변하자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했다.
스트라빈스키의 작품 ‘봄의 제전’은 그렇게 초연을 치렀다. 태양신에게 젊은 처녀를 바치는 원시종교의 제사의식, 가슴을 두드리는 강렬한 리듬, 익숙치 않은 불협화음 등으로 짜여진 발레 공연에 관중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당시 파리는 자유로운 표현을 허락하는 분위기를 지닌 도시였지만, 발레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라는 틀과 상식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형식에 관객들이 충격을 받은 것이다.
논란 속에 초연을 치른 후 여섯 번 공연이 더 따랐다. 후속 공연들은 초연 때와는 달리 평온하게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파리의 관중들은 “혁명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으로 극찬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현대음악의 이정표로 불려지고 있다.
이렇듯, 혁명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처음에는 퇴짜를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코넬 대학 연구팀의 논문 ‘창의력에 관한 편견’에 따르면 새로 등장한 아이디어의 불확실성이 불편함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좀 더 확실하고 검증된 대안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증오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겉으로만 좋아하고 속으로는 이미 입증된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불확실하다는 이유 하나로 야유하고, 망설이고, 거절한다. “진리는 먼저 야유를 받은 후 반대에 부딪힌다. 그런 다음 받아 들여진다”라는 쇼펜아우어의 말처럼.
예를 들면 “지구는 평평하지 않고 둥글다.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라는 과거의 이론이 그런 과정을 겪었다. 또한 “위궤양이 생기는 이유는 박테리아 때문”이라는 발견으로 워렌과 마샬 연구팀이 2005년 노벨상을 받은 사례도 마찬가지다. 1982년, 박테리아 원인론이라는 새로운 원인 분석을 발표했을 당시 “박테리아는 산성도가 높은 위에서 살 수 없다. 그리고 위궤양은 스트레스나 잘못된 다이어트에서 온다”라는 전통적인 진리(?)를 고집하는 과학자들로부터 그 둘은 조롱을 받았다.
21세기의 원동력은 창의력이라고 모두가 믿고 있다. 그런데 막상 비즈니스, 교육, 과학, 정부기관 모두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나면 개그 콘서트의 나만 바라보는 남자처럼 “너 되게 낯설다”로 시작해서 “나는 갈께. 빠이 짜이쩬”으로 돌아서려고 든다. 새로 등장한 아이디어나 행동은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기존의 가치, 신념, 방법과는 상반되거나 혹은 그것들을 파괴하려는 시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혹스러우며 실현 불가능한 아이디어를 낸 후 “쓸데없는 상상이나 하지 말고 눈앞에 놓인 시험공부나 열심히 해라”는 핀잔을 듣는 학생은 적어도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 모든 대립과 갈등은 시간이 해결한다. 둘째, 새로운 아이디어에는 야유와 조롱이 반드시 따른다. 셋째, 스트라빈스키가 새로운 발레의 형식을 만들었지만 오늘날에는 그 새로운 형식이 발레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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