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나는 가족에게 사랑을, 그리고 친구에게 진정한 우정을 베풀며 살아가려는 마음이 내 삶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다 가끔씩 저 먼 곳에 떨어져 있는 친구들이 한없이 그리워지고 그들과 함께 만나서 지나간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사무칠 때도 있다.
그러던 때에 마침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국 방문의 기회가 주어졌다. 역시나 아내의 큰 배려 덕분이다. 겉으로 크게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뛸 듯 기뻐하면서 나의 마음을 읽어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밝은 웃음으로 대신했다. 아마도 친구가 얼마 전 국제전화로 “기회가 된다면 서울에서 그간 못 봤던 얼굴이나 보자” 라고 나에게 했던 말을 듣고 큰 선심을 쓴 것 같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나는 오랜만에 느끼는 고국 땅의 구수한 냄새에 취해서 마중 나온 여동생이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진한 감회에 젖어들었다.
마침내 나와 언제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약속된 커피샵으로 들어갔다. “친구야! 오랜만이다. 반갑구나!” 서로 동시에 합창하듯 우리는 소리를 지르며 서로 환하게 그리고 기쁘게 웃었다. 이들 중에는 거의 7년 만에, 또는 20년 에서 30년이 되어서야 만나게 된 벗도 있었다. 그들의 얼굴을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린 시절 모습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 치의 어색함도 없이, 마치 어제 만났던 친구들처럼 정감이 갔다. 사람됨을 배우기 위해서 어린 시절 한울타리 안에서 교육을 받았고, 각자 자기의 길을 찾아가서 이제는 모두가 성공한 삶을 사는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였다.
미국에 다시 돌아올 날을 이틀 앞두고 또 다른 친구가 “너와 꼭 가 볼 곳이 있다”며 내 손을 이끌고 간 곳은 태능 사거리에 있는 한 다방이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왠지 고풍스럽고 세련된 실내장식이 우아함을 보였다. 우리가 앉은 탁자 옆에는 작은 석유난로가 놓여 있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따뜻한 온기가 차가운 실내를 따스하게 감싸 주고 있었다. 이 다방은 난방 시설이 전혀 안 되어 있던 옛날 변두리에 있던 다방과 다를 바가 없었다. 텅 빈 공간에 손님은 오직 우리 둘뿐이었다. 아마도 그 다방은 아날로그 시대를 대표하는 마지막 옛날식 다방임이 틀림이 없다. 그러기에 그 친구는 나를 일부러 그곳으로 데리고 간 것 같다. 친구는 “병찬아, 20년 전쯤 가끔 너와 함께 갔던 변두리 다방이 생각이 나고 그리워서 여기에 왔단다. 너에게 추억을 다시 심어주기 위함이기도 하고”라며 웃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코끝이 찡해졌고 또 그러한 마음을 써 주는 그 친구에게 참 고마웠다.
다방을 나오면서 친구와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워서 그런지 저절로 김소월의 시 ‘못 잊어’가 입에서 흘러 나오고 있었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중간 생략)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나지요’
만남의 순간을 위하여 친구들이 서울을 구심점으로 인천, 대전, 프랑스, 덴마크 그리고 미국에서 함께해 더욱 값진 상봉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앞으로 3년 후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언약을 했다. 친구들의 자신에 차고 활력이 넘치는 눈빛을 보면서 “어찌 너희를 잊을 수가 있겠냐, 절대 못 잊지. 나는 다시 만날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열심히 건강한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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