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원으로 일하다 보면 교육과 관련된 약자들을 많이 접한다. FCPS(Fairfax County Public Schools: 페어펙스 카운티 공립학군), SOL (Standards of Learning: 표준학력), SOQ(Standards of Quality: 기본교육기준)와 FRM(Free or Reduced-Price Meals: 무료나 할인 급식) 등이 자주 사용되는 약자들에 속한다.
또한 ESOL, AP와 IB들도 쉽게 듣는다. 그런데 지난 주 중에는 TOY와 POY라고 불리는 두 행사에 다녀왔다. TOY는 Teacher of the Year(올해의 최우수교사)이며 POY는 Principal of the Year(올해의 최우수교장)의 약자이다. TOY와 POY 모두 이 행사를 주관하는 워싱턴 포스트 신문사가 정식으로 선정자들을 발표하기 전에 교육청이 외부에 공표할 수 없다. 대신 학군내에서 자체적으로 당사자에게 선정 소식을 알리고 축하해 준다. 만오천명 정도 되는 교사들 가운데 최우수교사로 선정되거나 이백명 가량의 교장들 중 올해의 최우수교장으로 뽑히는 것은 큰 영예이다.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선정된 최우수 교사는 다른 학군들의 최우수교사들과 버지니아 주 전체의 최우수교사로 선정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버지니아 주 최우수교사는 미국의 최우수교사에 선정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사실 작년에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선정된 최우수교사는 현재 미국 전체 최우수교사 선정 과정 중 네 명의 파이널리스트에 속해 있다.
조만간 이 과정도 종결되어 발표가 있을 것이다. 페어팩스가 마지막으로 미국 전체 최우수교사를 배출했던 것은 1998년으로 당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필립 비글러 씨가 그 영예를 안았었다.
TOY와 POY 선정 소식을 당사자에게 알리는 행사는 매번 깜짝 행사로 치룬다. 당사자가 받는 감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가 따를 수 밖에 없다. 꼭 첩보 작전을 벌이는 듯하다. 최우수 교사의 경우 행사 시일이 정해지면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소수의 인원들에게 알린다. 선정자 가족들도 포함한다. 물론 본인에게는 절대 비밀이라는 것을 주지시킨다. 그리고 행사 참석자들은 해당 학교 교장실에 모인다.
모든 참석인들이 모인 다음 담당 교사가 가르치고 있는 교실 가까운 곳의 빈 방으로 조용히 옮긴다. 그 후 학교 교감이 당사자를 학교 교무실로 소환한다. 급하게 상의 할 일이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 후 행사 참석자들은 해당 교사의 교실로 자리를 옮겨 축하 준비를 한다.
준비가 다 마쳐지면 교무실에 있는 교감에게 연락해 교사를 교실로 다시 돌려보낸다. 교사가 교실로 돌아왔을 때에는 가족, 교육감, 교육위원들을 비롯해 교육청과 해당학교의 여러 축하객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기념사진도 찍고, 축하 패와 인사말도 전하고 케이크도 자른다. 당사자가 놀라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만큼 흐믓할 때도 없다.
최우수 교장 선정자에게 알릴 때는 보통 교육청에서 그를 지휘 감독하는 교육감보가 학교로 찾아와 교장실에서 긴급한 회의가 있다고 하며 교장을 잡아 둔다. 그 사이 행사 참석자들이 조용히 행사 장소로 모여 준비를 한다. 참석자들이 모두 모이면 교감이 교장실로 들어가 행사 장소에서 급한 일이 생겼으니 가 보아야 하겠다고 하며 교장을 데리고 간다.
그렇게 행사 장소에 도착하면 많은 사람들과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교육위원으로 일을 하면서 이러한 행사에 참여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교사들과 교장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그 중 훌륭한 사람들을 선정해 특별히 감사를 표하는 것이야 말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감사 표시가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지난 10여년 간 미국 전체를 에워싼 학력 평가 중점 현상, 불경기로 인한 봉급 동결과 나날이 늘어나는 업무 과중, 또한 교사와 교장들의 책임과 무능력을 지적하는 분위기가 교육자들의 사기를 저하시켜 왔다. 그래서 이러한 TOY나 POY행사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감사의 뜻을 표할 수 있다면 나의 반나절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