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보도된 대로 며칠 전 판문점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렸다. 그런데 전과 달리 눈에 뜨이는 점이 몇가지 있었다. 첫째로 장성급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북쪽 대표단 네 명 중 두 명이나 섞여 있었고 전에 자리를 마주해 앉았던 민간인 대표는 뒤켠에 서 있었다. 회담 목적이 군사문제 해결이 아니고 일반 외교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임에도 불구하고 외교관이 아닌 군인이 반이나 참석했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군부가 행정부를 제쳐놓고 정권을 좌우한다는 말인가, 김정은이 군부를 장악하고 군부를 활용한다는 뜻일까. 아니면 지금까지처럼 결정권이 제한된 대표가 아니라 윗급에 있는 군부가 나서서 회담을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뜻일까.
둘째로 눈에 뜨이는 점은 그들의 태도가 이상하리만큼 부드럽고 세련스러워졌다는 점이다. 뻣뻣한 자세와 위협적인 언동은 어디로 가고 매우 신사적이었다는 점이다. 참말로 민족의 화합을 위해 전진적인 자세로 대한민국 쪽의 말을 들어주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 쪽의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할 어떤 사정이 생긴 것일까. 혹시 경제사정이 나빠진 것은 아닐까.
경제적인 이유에서이던지 정치적인 이유에서이던지 하루 속히 남북 이산가족들이 자주 만나게 되고 금강산 관광도 열리고 개성공단도 확장되고 나선 선봉 등 북한의 여러 경제개발사업에 남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주어 남한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많은 자본과 기술이 북한으로 가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셋째로 눈에 뜨이는 점은 북측 군부 대표들의 몸집이 수십년 전 우리가 가난하였을 때의 한국의 고급 장교들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는 것이다. 그 당시 미군 장성들은 비교적 날씬했던데 비하여 한국 장성들은 비대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가난한 나라의 상부 층은 비대하고 부한 나라의 상부층은 날씬하다는 어떤 사회경제적 지표나 이론이라도 있는 것인가.
그들의 모습이 북한 사회의 어두운 면, 상류층의 부조리나 사회의 계급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설사 남북한의 경협이 이루어져서 북한에 대한 남한의 대량 투자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북한의 경제적 발전은 곧 한계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에 의한 긍정적 질서이든 독재에 의한 부정적 질서이든 일정수준의 신뢰할만한 질서가 유지되지 않거나, 사회 계층간의 이동의 기회가 공정하지 않으면 경제 발전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후퇴하는 경우도 있다.
이래서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은 밝은 앞날이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걱정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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