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하나의 눈송이 / 은희경 지음·문학동네 펴냄
공기가 부드러워지고 땅이 물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겨울을 보낸 마른 나뭇가지에도 조금씩 물기가 돌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봄으로 가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한편, 왠지 아직은 겨울을 완전히 떠나 보내기는 아쉬운 날들, 문득, 봄눈이 내리는 날이 있다. 겨울에 안녕을 고하고 봄을 맞는 그 눈송이들, 시리고도 따뜻한 각자의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눈송이들 하나, 날려 보낸다. (본문 중에서)
작가 은희경이 자신의 다섯 번째 소설집이자 열두 번째 작품집을 내놓았다. 약 20년 전 ‘새의 선물’에 열광했던 20대 젊은 청춘들이 이제는 불혹의 나이를 넘기며 중년에 접어 들었다. 작가의 말에서 은희경은 시간과 그 시간이 데려가 버린 풍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풍경을 보기 위해 내가 간다. 대체로 헤맸다. 익숙한 시간은 온 적이 없다. 늘 배워왔으나 숙련이 되지 않는 성격을 가진 탓이고, 가까운 사람들이 자주 낯설어지는 까닭이다. (중략) 떠밀려간 것도 아니고, 스침과 흩어짐이 나를 거기로 데려갔다. 이런 생각을 하던 시간들이 이 책 속 이야기가 되었다. 쓸 수 있다. 고마운 일이다.”
오랜 시간 꾹꾹 눌러 담았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부담스러움과 셀 수 없이 많은 고민에 대한 은희경의 작가다운 표현이다. 그래서 작가는 어느 한 시기, 한 사건을 포착하기보단 한 인간의 수많은 굴곡과 삶의 파노라마들을 냉정하면서도 차분하게 따라가는 화법으로 눈송이를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일까. ‘단 하나의 눈송이’에 실린 여섯 편의 소설들은 느슨하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유사한 인물들과 동일한 공간들이 여러 소설들에서 겹쳐지고, 에피소드와 모티브가 교차한다. 특히 소설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마지막 작품 ‘금성녀’에 이르면, 그것들은 단지 희미한 유사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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