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3년작 ‘벽화’ 복원완료 6월1일까지 일반에 공개
잭슨 폴락(Jackson Pollock, 1912~ 1956)은 미국 현대미술사에 이정표적 작가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의 작업 스타일을 지칭한 ‘액션 페인팅’ 혹은 ‘드리핑’이란 말이 미술용어로 사용되고 있을 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친 화가이며 추상표현주의 운동의 기수로 불리고 있다.
그는 1947년 캔버스를 마룻바닥에 눕혀 놓고 그 위에 페인트를 흘리고 뿌리고 떨어뜨리는 기법을 시작했는데 작가의 행위를 화포에 기록하는 것이라 하여 ‘액션 페인팅’이라 불렸다. 이 작업에 대해 폴락은 “언뜻 보면 아무렇게나 물감을 흘림으로써 우연 같아 보이지만 작업의 순간마다 그때의 영감에 따라 직관적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우연의 외관에도 추상적 질서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 액션 페인팅을 시작하기 전인 1943년, 잭슨 폴락은 유명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의 위촉으로 그녀의 뉴욕 아파트 입구에 ‘벽화’(Mural)를 그렸다. 한 벽면을 모두 차지하는 8×20피트짜리 대작으로, 전체가 미친 듯이 꿈틀대는 선과 색채의 아라베스크로 가득 찬 이 추상벽화는 2차 대전 후 미국 화단에서 튀어나온 추상표현주의 미술의 첫 작품으로 대단한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이 3월11일부터 6월1일까지 게티센터에 전시되고 있다.
게티는 이 작품을 소장한 아이오와 대학 미술관의 의뢰로 2012년 7월부터 21개월 동안 정교한 연구 복원보존작업을 펼쳐 왔으며 드디어 선명하고 말끔하게 거의 원상태로 복원시킨 대작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다.
그런데 LA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게티가 복원한 것은 벽화만이 아니라 70년간 이 작품에 따라다닌 신화와 전설을 걷어낸 ‘진실’이다. 그동안 이 벽화는 잭슨이 어느 날 창작열에 끓어올라 하루 밤새 그려 완성했다고 알려져 왔다. 잭슨은 벽화를 위촉받은 후 몇 달 동안이나 뭘 그려야 할지 몰라서 거대한 캔버스를 텅 비워 놓은 채 손도 대지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미친 듯이 그려서 15시간 만에 완성했다는 것이다.
이 신화는 그의 아내였던 화가 리 크래스너와 폴락의 우상화에 나섰던 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 그리고 페기 구겐하임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오랫동안 정설로 굳어졌다. 그러나 이번 게티의 연구를 통해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과학적으로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가 드러났다. 폴락은 캔버스에 밑그림을 그려서 전체의 구성을 잡았으며 하우스 페인트를 포함해 25개의 페인트를 사용한 것이 밝혀졌다. 또한 유화를 그려본 사람은 알겠지만 페인트를 덧칠할 때는 마르는 시간이 때로는 며칠씩 걸리기 때문에 이 거대한 벽화를 15시간 만에 완성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허풍이었던 것이다. 게티는 이 벽화가 1943년 7월부터 11월 사이에 그려진 것이라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어쨌거나 배경의 진위를 떠나 잭슨 폴락의 ‘벽화’는 그 자체로 위대한 작품이며 20세기 현대미술의 이정표적 걸작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가까운 게티에 와 있을 때 꼭 한 번 보는 것이 좋겠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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