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그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이나 과거의 기억을 반영해서 생각한다.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고 부정적인 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며, 우울하고 불안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생각의 흐름이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우울증으로 상담소를 찾는 많은 내담자들이 스스로 만든 왜곡된 생각들 때문에 자책하고 우울함에 빠져 드는 것을 본다. 이 부정적 사고들은 오해, 착각, 또는 곡해 등을 겪으며 더욱 커지게 되는데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 ‘인지 왜곡’이라 부른다. 몇가지 흔한 인지 왜곡 유형을 살펴보자.
첫째는 흑백 사고, 혹은 이분법적 사고다. 모든 상황을 선과 악, 성공과 실패와 같이 두 가지 양극단으로만 해석하는 것이다. 이것은 완벽주의자들이나 아직 뇌발달이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오류로써 이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100점을 받지 못하면, 80점을 받아도 모두 0점을 받은 것과 같다고 생각하며 자괴감에 빠지는 오류를 종종 범한다. 또한, 자신의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으로 나누어 세상을 보기 때문에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의 말을 적대적으로 받아들여 감정이 상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상황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왜곡된 결론에 이르는 ‘임의적 추론’이다. 다른 사람이 실제로는 생각에 집중해서 자신을 못보고 그냥 지나친 것을 ‘나를 싫어하는구나’라고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거나, 같이 있는 친구가 시계를 보면 ‘나랑 있는게 지루한가 보네’라고 일방적인 결론을 내리는 경우다. 이 오류는 특별히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종종 발생하는데, 사소한 상황에도 쉽게 이런 극단적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그 결론으로 인해 스스로 괴로워 하며 관계를 닫게 된다.
또한 흔하게 나타나는 것이 독심술(mind reading)로, 자신이 상대의 마음을 안다고 생각하는 데서 오는 오류다. 주로 부부나 애인, 직장동료나 상사 사이에 자주 일어나는데, 상대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일 때 부정적인 방향으로 단정짓고 혼자 끙끙거린다. 직장일로 피곤한 남편이나 애인이 시큰둥하게 말할 때, ‘이제 사랑이 식었구나’라고 해석한다거나, 직장 상사가 “오늘 몇시 퇴근이지?’ 라고 묻는데 ‘내가 오버타임으로 일해주기를 바라는구나’라고 단정짓는 경우다.
때로는 몇 개의 작은 사례를 모든 경우에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거나, 한번 나쁜 일이 생기면 그 일이 계속 생길 것이라 믿는 오류다. 불안증을 가진 사람에게서 자주 발견되며, 심한 경우에는 특정한 행동을 회피하거나 또는 반복하면서 소위 말하는 ‘징크스’를 만들어 낸다. 운동 경기를 보는데 응원하는 팀이 두세번 연달아 지면 ‘내가 경기를 보며 응원하는 팀은 항상 지네’ 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고, 그 생각 때문에 월드컵이나 올림픽 경기를 하는 날에 일부러 경기를 보지 않고 결과를 궁금해 하며 혼자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낸다.
자신이나 상대의 결점만을 크게 확대해서 보거나,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오류, 한 가지 실수에 근거하여 ‘거짓말쟁이’나 ‘실패자’로 낙인을 찍는 오류, 혹은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는 ‘과잉 책임감’도 인지 왜곡의 한 예다.
인간은 모두 어느 면의 인지 왜곡을 가지고 있으며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다만 어떤 왜곡된 생각이 나를 우울하게 하고 하루의 기분을 망치는지 인식할 때, 그 것들을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고, 그로 인해 우리를 가두는 우울함을 날려보낼 수 있다. 만약 혼자 왜곡된 생각들을 바꾸는 일이 힘들다면,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왜곡된 생각들로부터 오는 우울함과 자괴감을 벗어던지고 마음에 찾아오는 봄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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