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하순을 맞아 지겹게 눈도 많이 오고, 춥기는 기상대 생기고 몇 번째 간다는 추운겨울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이제라서 끝이 보인다. 한국에는 매화가 만발이라고 페이스 북에 화려한 사진이 올려져 있다.
여기는 어떤가 하고 농장에 가보니 빨라야 2주 후에나 필 것 같다. 눈은 어찌나 많이 내렸는지 도로 모퉁이 마다 알프스 산을 축소해 놓은 듯한 눈 더미가 높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어렸을 때 누님과 힘을 합쳐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좋아 했는데 예닐곱 살 많은 동네 형들이 발로 차 날려버려 숯검댕이와 솔잎만 그 자리에 남아 울 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많은 미니 알프스산을 구를 것 없이 깎아서 눈사람을 만들면 작품이 나올 것 같았다.
겨울은 다가고 아지랭이 너울거리는 들을 바라보면 자꾸만 어렸을 적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공부를 잘했던 그들은 대부분 출세를 해서 모국에서 잘사는데 귀가 어두워 공부를 잘할 수 없었던 나는 모국에서 어깨에 힘도 쓸 수 없는 나머지 여기 와서 살고 있다.
옛날을 돌아보니 선생님이 흑판에 쓰신 것을 남들처럼 같이 공책에 받아 적었지만 입으로 부르는 걸 받아 쓸 때는 소리에다 선생님 입모양을 보고 쓰느라고 나는 빨리 쓰고 또 선생님 입을 보려고 고개를 들어 보면 모두가 한참 쓰느라고 책상위에 엎드린 자세였다.
그래서 나는 손 글씨를 빨리 쓸 수는 있지만 잘 쓰지는 못한다. 요즘은 톡톡 자판으로 글을 쓰니 나의 부끄러움을 감출 수 있어 너무 좋다.
이렇게 모자란 내가 재작년 동창회에 갔더니 슬프게도 알아 볼 수 없는 낯선 얼굴들이 되어 나를 반겨 주는데 나로서는 누가 누군지 몰라 인사 받는데 감당이 안됐다.
작년에도 한국 가서 동창들을 만났는데 미국에서도 못 본 근사한 레스토랑의 식사대를 한 동창이 혼자 냈다.
그 춥던 겨울이 지나가고 너울거리는 아지랭이를 보니 옛 친구들이 나의 머리속에서 너울거리니 또한번 그들에게 가고 싶다. 이번에는 내가 식사를 그들에게 대접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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