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리조트 붕괴사건으로 마음 아파하는 국민들 앞에 신문의 헤드라인으로 등장한 “딸 사망 보상금 절반 달라”는 기사가 또 다시 읽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내용인즉, 12년 전 이혼한 생모가 나타나 죽은 대학생 딸의 보상금 절반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언론 발표 후, 국민들은 다투어 염치없는 생모가 파렴치한 행동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혼한 아버지가 친권을 가지고 12년간 딸을 키웠는데, 생모가 반을 달라는 요구는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 기사를 읽고서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얼마 전, 한국에서 이혼하고 미국으로 이주한 한 여자 분과 상담을 했다. 그 분은 딸 하나를 낳고 이혼했다고 했다. 나는 그 여자 분에게 “그 딸도 미국에 같이 왔나요?”라고 물었다. 그 분은 잠시 눈시울을 적시면서 “한국은 남자 위주의 사회라서 법원에서 딸의 친권을 남편에게 주었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미국에서는 이혼을 할 때, 주로 엄마에게 양육권이 가는 경우가 많지만 자녀의 양육권을 결정할 때 ‘자녀의 최대 이익(Best interest of child)’을 기준으로 한다. 즉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자녀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결정한다는 뜻이다. 그 여자 분은 딸을 혼자 키우고 싶었지만 한국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 딸은 시어머니의 손에 의해 자라게 되었고, 자신은 아직도 딸과 대화조차도 하지 못한다고 한다. 혈육과 인정까지 끊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신도 딸과 대화를 하고 싶지만 딸이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통화하며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참고 멀리서나마 딸의 성장을 바라볼 뿐이라고 가슴 아파했다. 본의 아니게 여자들은 양육권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아이들과 단절하고 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빠지고 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천륜이라고 했던가? 어떻게 엄마나 아빠를 자식과 갈라놓을 수 있겠는가?
미국에서는 이혼을 하여도 자식을 주말이나 혹은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서로 만나게 해 준다. 이혼 사유야 어떠하든 그 아이들의 부모는 부모인 것이다.
나는 그 대학생 생모의 처지와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 정말 나쁜 엄마여서 그동안 소식을 끊었고 돈만 챙기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강제적인 압력으로 못 만나 마지막으로 딸을 찾으려는 몸부림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여성의 인권을 중요시한다는 한국이 아직도 이혼하면 남편이 양육권을 차지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은 옳지 않다고 본다. 한국에도 여자가 임신할 경우 부당하게 해고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존재는 하고 있으나, 많은 여성들이 부당한 해고나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여성에게 불리한 법은 엄격히 집행되면서도, 여성을 보호하는 유리한 법은 ‘종이호랑이’ 식으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 내의 성차별은 세계에서 꼴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세계 경제포럼(WEF)의 ‘2013년 세계 성 격차 보고서’ 에 의하면 한국은 136개국 중에 11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한국의 성차별은 이슬람 국가와 비슷하여 한국의 종교계나 정치계, 교육계가 성차별 극복을 위해 사회에 이바지한 바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가 인구의 절반인 것을 감안하면 “여자 무시하면 민주주의 못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보다 여권 신장이 더 잘되어 있는 미국에는 왜 아직도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지 않았는지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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