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미국도 부조리가 많은 세상이지만 혼외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검찰총장직에서 사직할 수밖에 없었던 채동욱 씨를 둘러싼 서울발 뉴스는 가히 요지경 속이다. 내 기억으로는 임모라는 주점·식당 여주인과의 관계를 그저 안면 정도나 있는 고객과 점주의 만남이며 내연 관계로 인한 남자 아이의 출생은 자기가 모르는 일이라고 극구 부인하던 사람이 채 씨였다.
더군다나 대검찰청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한 자신의 부인과 딸을 보면서 자기는 부끄러울 것이 없는 남편이며 아버지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으로 조기 유학 와 있는 임모 여인의 아들이 채 씨를 아버지로 두고 있다는 증거가 점점 더 밝혀지고 있어 퇴임 이후 두문불출이 아니라 잠적 상태에 있는 채 씨의 입장이 더욱 더 난처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선서하고 증언한 것은 아니라서 위증죄는 안 저질렀다고 발뺌을 할 수는 있을지언정 어찌 공식석상에서 그처럼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할 수 있었는지 그 사람의 양심이 의심스럽다면 지나친 비난인가?
그가 매도되어야 마땅하다는 증거가 속출하기 시작했다는 보도이다. 채 씨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삼성물산의 중간 간부였던 이 모 씨가 채 전총장이 대전 고검장이던 2010년에 1억2,000만원, 검찰총장이던 작년 8월에 8,000만원을 임 여인 측 계좌로 송금한 증거가 검찰에 입수되었다니까 말이다. 그에 대해 삼성측은 이 씨가 삼성 회사 돈을 17억원 횡령해서 그를 2012년에 퇴사 시켰을 뿐 횡령 액수의 일부가 채 전 총장을 위해 사용된 것은 회사에서 전혀 모르는 일이니 조사해 달라고 진정서를 낸 상태란다.
그러나 모 신문 보도에 의하면 이 씨가 그 신문기자에게 “채 전총장과는 고교 졸업 후 거의 왕래가 없다가 10년 전부터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그 신문의 관련 논설 지적대로 두 사람이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는 시점이 채 씨가 당시에 서울지검 특수부장으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을 수사하던 무렵이라는 점을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 친구 이 씨가 1억2,000만원을 전달한 2010년은 임 여인이 당시 대전 고검장이던 채 씨 집무실 내 비서들 앞에서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소동을 떨었던 직후라는 것이 수상하다. 8,000만원이 건네진 작년 8월은 문제의 혼외자라는 채 모(12세) 군이 미국 유학을 떠나기 직전이었다는 것도 채 씨의 결백 주장에 큰 구멍을 뚫었다고 보면 된다.
‘삼성공화국’이라는 표현이 시사하고 있듯이 보호막을 마련하기 위해 실력자들에게 제공되는 ‘떡값’과 소위 ‘스폰서’ 제도는 정말 큰 문제다. 만약 검찰 조직의 수장이 대기업 돈을 받아 쓴 것으로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채 씨도 처벌되어야 할뿐더러 삼성의 관행도 수술대에 올라야 마땅할 것이다.
이 사건을 생각해 보면서 예외도 여럿 있겠지만 많은 정·관계, 기업의 실력자들이 거짓말 정도는 밥 먹듯 하고 또 내연의 처나 혼외정사 등 소위 불륜 사건도 많이 저지르는 것 같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나라고 잘못과 죄가 적은 것은 아니다. 특히 기억되는 것 중에는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소위 일류대학에 다니고 있던 한 고교 동창생의 상법 시험인지 영어 시험인지를 대신 쳐주었던 일이다.
친구를 도와준다는 의협심(?) 때문이라고 합리화도 하고 아무런 반대급부도 없었다고 자위하지만 나의 행동 역시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는 이중 기준과 위선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내가 채 씨의 거짓 행각을 비난할 자격이 있기라도 한 것인지 자괴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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