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꽃 잔치가 눈과 마음을 황홀하게 만드는 봄이다. 아름다운 계절에 새로운 가정을 꿈꾸는 연인들의 결혼 소식도 함께 늘어난다. 꽃처럼 아름답고 봄의 생명처럼 경이롭게 시작한 결혼생활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부부 갈등이나 가정폭력 등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담소를 찾는 내담자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있다. “결혼이 이런 건지 진짜 몰랐어요.” “도대체 대화가 안되요.” “이런 사람인 줄 알았으면 한 번 더 생각할걸…” 그러면, 나는 되묻는다. “결혼 전에 결혼 생활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눠 보셨나요?” 안타깝게도 많은 부부가 ‘결혼식 준비에 몸과 마음이 너무 분주해 정작 결혼 후 생활에 대한 계획이나 꿈에 대하여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미국 사회에서는 결혼을 약속한 커플의 약 25%가 결혼 전 전문 상담사를 찾아 예비부부상담(Premarital Counseling)을 받는다고 한다. 아직 우리 문화에는 조금 낯선 문화지만, 결혼을 약속한 두 사람이 막연히 알고 있는 결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전문 상담사와 4-6번 정도 만나 결혼에 필요한 실제적이고 세부적인 것들, 예를 들면 배우자와 결혼에 대한 기대, 배우자 가족의 문화와 가치관, 성격유형 테스트, 자금 관리, 자녀계획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모든 부부가 겪게될 의견/가치관 충돌과 가풍의 충돌 등을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하고 ‘건강하게 잘 싸우는지’, 그리고 대화의 기술 등에 대해서도 배운다.
신부수업이 현모양처가 되기 위한 신부 혼자만의 준비였다면, ‘예비부부 상담’은 부부가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20시간 이상 예비부부상담을 받은 커플이 그렇지 않은 커플보다 이혼율이 31%나 낮다고 USA 투데이가 보도했다.
연애를 하는 동안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많은 연인들이 결혼 후 다가올 현실의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는, 영화를 같이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친구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낸다. 연애하다 상황이 허락되면 결혼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좋은 부부가 되는 줄 알았는데, 안타깝게도 그냥 그렇게 ‘저절로’ 될 것만 같아 보이던 결혼이 그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준비한 결혼식이 끝남과 동시에 화장 안한 ‘생얼’같이 적나라한 모습으로 부부 앞에 나타난다.
결혼상담 전문가인 패롯 (Parrott) 부부는 ‘남편과 아내 이렇게 사랑하라’에서 예비부부들이 갖기 쉬운 결혼에 대한 4가지 환상을 이야기한다. 첫째, 결혼에 대한 부부의 기대가 서로 같을 것이다. 둘째, 결혼하고 시간이 흐르면 모든 일이 그냥 잘 될 것이다. 셋째, 부부 사이에 힘든 갈등이나 어려움은 차츰 사라질 것이다. 넷째, 나의 배우자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를 온전하게 할 것이다.
가만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 환상들은 결혼 후에도 계속 우리 맘 속에 깔려있음을 보게 된다. 관계의 회복은 ‘언젠가는…‘ ‘저절로…’란 이름으로 포장된 환상을 대면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기대’와 ‘현실’과의 차이가 클수록 실망이 크다. 이혼에 이르는 동안 부부와 자녀들이 겪는 크고 작은 상처와 아픔은 피하기 어렵다. 그냥 방치된 상처와 아픔은 만나는 사람의 마음을 찌르는 가시가 될 수 있다. 특히, 이혼의 상처를 안고 재혼하는 부부와 부모님의 이혼으로 상처를 받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예비부부상담’을 꼭 권하고 싶다.
잠깐 동안의 여행을 위해서도 여행지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며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사업계획서를 신중히 작성하는데, 하물며 평생을 함께 가는 장거리 여행인 ‘결혼’에 대해 미리 공부해야하는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결혼식 날’을 위한 준비가 아닌 ‘결혼을 위한 준비’가 진짜 결혼 준비가 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도 뿌리내리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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