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선장이 있었다. 한 사람은 타이태닉호의 에드워드 존 스미스(1850-1921)선장이고 다른 사람은 세월호의 이준석(69)선장이었다. 두 배 모두 여객선으로 바다에서 침몰됐다. 스미스 선장은 끝까지 남아 구명지휘를 한 뒤 배에 남아있던 사람들과 함께 숨을 거두었다. 이 선장은 다른 사람들을 배에 남겨둔 co 가장 먼저 뛰쳐나와 첫 구명보트를 타고 생명을 건졌다. 스미스 선장은 영국 사람이고 이 선장은 한국 사람이다. 왜 영국 사람과 한국 사람은 이렇게 다를까? 남을 배려하지 않는 민족성 때문일까?
영국 스테포드사워 지방의 리치필드라는 조그마한 마을 베콘팍이라는 공원에 스미스 선장의 동상이 서 있다. 동상 밑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진 표지가 있다. “선장 에드워드 존 스미스, 1850년 1월 27일 출생, 1912년 4월 15일 사망. 위대한 사랑, 용감한 삶, 그리고 영웅다운 죽음의 추억과 표본을 국민들에 남기고 가다.” 그리고 맨 끝에 “영국 국민다운 영국인이 되다”라는 글귀가 쓰여져 있다. 왜 이 선장은 한국 국민다운 한국 국민이 되지 못했을까? 나는 한참동안 생각 속에 잠겨봤으나 아직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나는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되고 있는 광경을 미디어를 통해 지켜보면서 영화 ‘타이태닉’이 보여준 비슷한 장면들을 연상했다. 영국의 화이트 스타 라인 소속 여객선 타이태닉은 1912년 4월 10일 영국의 사우샘프턴 항을 떠나 미국 뉴욕항으로 향하던 첫 항해 중 4월 15일 빙산과 충돌하여 침몰했다. 이 침몰로 승선 인원 2,223명 가운데 1,514명이 사망했다. 구명정으로 구조된 사람은 710명에 불과했다. 승객들은 여러 각층으로 구성되어있었으며 대부분은 영국과 스칸디나비아 반도 등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미국으로 가는 이민자들이었다.
구명작전을 진두지휘한 스미스 선장은 구명보트에 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남아 승객 구명에 전력하다 배에 남아 목숨을 거두었다. 스미스 선장과 함께 3명의 항해사, 기관장, 기관사, 화부, 전기공 등 기관부 선원 12명이 모두 숨졌다. 이들은 배의 불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자리를 계속 지키면서 배와 함께 최후를 맞이했다. 배의 설계자인 토마스 앤드류스는 승객들이 구명보트 타는 것을 돕다가 1등실 흡연실에서 조용히 최후를 맞이했다.
‘타이태닉’ 영화가 보여준 가장 감명 깊은 장면의 하나는 배가 침몰하기 10분전까지 승객들을 위로하기 위해 찬송가를 연주하는 7명의 연주자들이다. 감리교 신자인 윌리스 하틀리가 지휘한 이들은 찬송가 364장 ‘내 주를 가까이 하게함은’을 연주했다. 연주가 끝난 뒤 서로 행운을 간구하는 기도를 한 후 헤어졌으나 이 연주자들은 모두 죽었다.
나는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승무원들이 수백명의 승객을 뒤로하고 첫 번째 구조선에 탑승한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고 “어떻게 이럴수가!”라며 나도 모르는 사이 소리를 질렀다. 첫 구조선에 도착한 47명 가운데 선장과 선원 10명이 타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 마음은 더욱 진정 할 수가 없었다. 300여명 가까운 사망·실종자가 나온 것은 선장과 승무원들이 자기 목숨 건지기에 혈안이 되어 구조 대처를 등한시 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자세한 안내를 차근차근 알려주어야 할 터인데 너무나 갈팡질팡했다. 많은 승객들은 이로 인해 대피할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이준석 선장은 금년에 69세다. 언젠가는 그도 스미스 선장처럼 세상을 떠날 것이다. 나는 그가 세상을 떠날 때 사람들은 그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 지 궁금하다. 더구나 그의 비문에 무슨 글이 씌여져 있을 지 또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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