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해외 금융계좌 문제가 다시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 시행되는 FATCA 규정에 따라, 금년 7월1일부터 해외 금융기관은 미국인의 계좌 정보를 IRS에 보고해야 한다. 한국은 아직 미국과의 국가간 정보 협정(FATCA IGA)에 공식 서명하지 않았지만, 실질적 합의에 도달했음을 지난 3월 언론에 발표했다.
한국의 은행에 FATCA에 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고, 교육받지 못한 은행 창구 직원들은 고객에게 위험한 조언을 하고 있다. 5만달러 이하로 은행에 분산 예치하면 문제가 없다는 조언은 애교스럽다. 금으로 보관하면 정보교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금을 팔아 높은 수수료를 챙기는 은행 직원과, 보험에 가입하면 25만달러까지 보고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보험 상품 판매에 혈안인 보험회사 직원의 도덕적 수준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금은 현물을 집에 직접 보관하지 않는 한 금융상품으로 분류된다. 금융기관의 보고 기준과 달리, 개인은 합계가 1만달러를 넘을 경우 모든 금융자산을 신고해야 한다. 적발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잘못된 조언이며, 선량한 시민을 고의적 위반자로 만드는 무책임한 조언이다. 관련 규정은 고의적 위반 (willful violation)을 부주의한 위반 (non-willful violation)과 구분해서 심한 벌칙을 부과하고 있다. 고의적 위반이 적발되면 벌금이 몇 배 높아지고, 형사적인 책임까지 생기게 된다.
고의적 위반이란 “자발적”이며 “의도적”으로 “알려진 법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례가 정의하고 있다. 위반을 했지만 자발적이지 않았다거나, 위반할 의도가 없었다, 또는 법규를 몰랐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으면 고의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의성을 주장하려면 그 입증의 책임이 정부에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고의성을 의심받지 않는다.
하지만, 상당한 금액의 세금 탈루가 있었고, 그 증거를 스스로 없앴다면 고의성의 증거로 충분하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적인 판결이다. 금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5만달러 이상 계좌의 정보 교환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 은행이 한국 국세청에 제공하는 정보 기준은 연 10달러 이상 소득이 생기는 계좌이다. 처음 시행이 어렵지 기준을 바꾸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의 은행도 같은 조건으로 정보를 넘겨달라고 미국이 요구할지도 모른다. OECD가 유사한 기준으로 다자간 정보 교환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 IRS는 해외 금융계좌 신고 대상자를 1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해외 금융계좌 신고 건수가 열배 가까이 증가해서, 최근에는 매년 70만건이 접수되고 있다. 아직도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한 한인들은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을 알고는 당황하고 있다. 작년부터 quiet disclosure에 대한 감사가 강화되고 있어, 자진신고외에 마땅한 해결 대안도 없어 보인다.
이에 비하면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 경미한 벌금으로 제도권 내에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다. 몇 가지 조건만 맞추면 벌금을 한 푼도 내지 않거나, 보유 계좌의 5% 에 해당하는 벌금만 내고 과거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경험많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상당액의 계좌를 벌금이 부과되지 않는 계좌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벌금 총액은 보유 계좌의 2-3% 이하가 되기도 한다.
IRS에서 자진신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해결의 기회를 준 지도 벌써 5년이 되어간다. 규정을 몰랐다는 것은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하는 변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난 5년간 규정이 강화되고, 감사방법이 발전된 것보다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해 갈 것이다. 고의성을 의심받을 방법은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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