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어떤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 때 내 옆에 앉아서 같이 식사하던 한 분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던 중에 그분이 “자존감과 ‘자존심이 서로 어떤 뜻의 차이가 있는지 아시는지요? 저는 알듯하면서도 잘 모르겠네요” 라며 내게 물어왔다.
언젠가 신문에서 한 논설위원이 쓴 ‘자존감’에 대하여 무척 타당하고 명료하게 설명을 한 칼럼을 본 적이 있다. 그 기억을 더듬어 나는 그분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는데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줄 아는 안정된 정서다. 마치 배가 풍랑에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게 자존감이라고 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당당하고 호의적인 평가를 구걸하지 않지만, 자존심을 내세우는 사람은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남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게 자존심이다”라고 기억나는 데로 말씀드렸더니 그분이 나를 꽤 박식한 사람으로 생각해줘 오히려 내가 민망스러웠었다. 단지 남의 것을 말했을 뿐인데 말이다.
자존감이 어떤 것인지 알고 난 후 나는 그동안 자존감 자체를 모르고, 쓸모없는 자존심만 내세우는 어리석은 삶을 여태껏 살아온 것 같아 부끄럽고 후회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어떻게 하면 자존감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라고 곰곰이 생각하던 중에, 문득 어디선가 책에서 본 조선 아이들이 즐겨 불렀다던 노랫말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백두산 뻗어 내려 반도 삼천리, 무궁화 이 동산에 역사 반만년, 대대로 이어 사는 우리 이천만 복되도다! 그 이름 조선이로세.”
어릴 적 장난스레 부르고는 했던 이 노래가 사실은 조선 왕조가 나라를 빼앗기고 일본 제국주의에 강점되었던 시기인 1931년, 이은상이 작사하고 현제명이 작곡한 창가로서 일본 제국주의 하의 식민지 통치로부터 백성들을 계몽하고 희망을 주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으며, 단결과 화합, 그리고 미래의 전진을 고취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그 당대의 선각자이었던 이은상과 현제명은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이 가슴 속 뿌리 깊게 있었기에 그러한 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내 주변에는 인격이 고매하고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자존감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존심 보다는 진정한 자존감을 갖고 있기에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들을 귀하고 소중한 인격자로 예우한다.
이러한 참된 자존감을 본받기 위해서 여태껏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살아온 지금의 나의 자존심을 과감히 떨쳐 버려야겠다. 자존감 있게, 남들에게 나를 잘 봐 달라는 식의 애걸도 필요 없을 것이며 있는 그대로 나의 모습을 나 스스로 사랑하고 안정된 정서 생활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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