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유림 사회복지학 박사 가정상담소 선임연구원
테이블에 둘러 앉은 아이들과 나 사이에 고요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소위 ‘비행청소년’이라고 불리우는 아이들. 여러가지 문제들을 일으키고 수강명령 처분을 받아 교육을 받기 위해 복지관을 찾은 아이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다리를 떨고 있는 아이. 테이블에 엎드려 고개를 들 생각도 하지 않는 아이. 이 아이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하나.
40시간을 함께 보내야하는데 과연 이 시간을 채워갈 수 있을까.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그때 껌을 씹으며 머리카락을 배배 꼬고 있던 한 아이의 눈썹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어쩜 그렇게 예쁘게 눈썹 화장을 했는지. 왠만한 어른들 못지 않은 솜씨였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래서 물었다. “너 화장을 진짜 잘 하는구나. 눈썹 화장 정말 예쁘게 했다. 나 화장 잘 못하는데 이따 쉬는 시간에 눈썹 그리는 것 좀 가르쳐줄 수 있어?” 그 말이 끝나자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 녀석이 수줍게 씨익 웃었다. “진짜요? 이거 별거 아니예요. 해드릴게요.” 그 짧은 대답은 방 안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꾸어 놓았고, 우리 모두는 울고 웃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생활을 계획하면서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똑같은 상황, 똑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대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문제를 볼 수도 있고, 강점을 볼 수도 있다. 강점을 중심으로 클라이언트를 이해하려는 접근방법을 강점관점(strength perspectives) 접근방법이라고 한다. 강점관점은 모든 사람이 보다 나은 미래를 원하고, 잠재된 능력이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한 개인과 주변의 자원이 있고, 스스로가 자기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이해한다.
그러한 특성들이 잘 발휘될 때 현재 경험하고 있는 문제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게 되고, 보다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강점관점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물론 사람이 항상 완벽하고 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부족한 부분이 있고, 노력해서 개선시켜 나가야 할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개인이 갖고 있는 문제나 결핍에만 초점을 두어 상담을 진행할 경우 내담자 스스로가 아닌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자신의 삶을 바라보게 되고, 현재 잘 기능하고 있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못하는 등의 한계가 발생한다. 반대로 스스로의 강점을 발견하고 인지 하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두어 상담을 진행할 경우 자신의 능력과 강점을 활용하여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이후 삶에서도 내담자가 보다 주체적이고 유능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이것이 강점관점의 힘이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답답해지는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상담소를 찾는 내담자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변화를 위한 의지를 갖고, 각종 방법을 동원하여 해결책을 모색하고, 시간과 돈을 들여 상담소를 찾아온 것 그것이 무엇보다 가장 먼저 파악되어야할 강점이다.
이러한 강점들을 본인이 인식하도록 돕고, 그것을 근거로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돕는 것. 그것이 상담소가 해야할 일이 아닐까. 상담소를 찾는 한 사람, 한 가정을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게 인식하는 것. 그들이 가진 강점을 발견하고 이것을 활용하여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 그것이 상담소가 담당해야할 역할일 것이다.
지금도 나는 화장을 하기 위해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가끔 그 아이 생각을 한다. 지금쯤이면 서른 살 어른이 되어있을 그 아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상담소를 찾는 모든 내담자들이 강점관점을 통해 스스로를 ‘비행 청소년’이 아닌 ‘해맑게 웃는 열여섯 아이’로 수용하고,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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