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백여 승객들을 우선 태워야 할 구명선에 먼저 올라타고 육지로 내뺀 나쁜 승무원들 대부분이 교인들이었다는 사실에, 같은 교인 신분 이라는 게 견딜 수 없도록 수치스럽고 창피했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 “남을 위해 목숨 버리는 것만큼 더 큰 사랑 세상에 없다”는 예수의 가르침을 달달 외우면서 문지방이 닳도록 교회를 드나들었던 ‘한국기독교 복음침례회’소속 교인들이었다니, 천하에 금수(禽獸)만도 못한 사람들과 한때나마 기독교 간판을 공유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치욕스러웠다. 덕분에 피어보지도 못한 수많은 꽃망울들이 깊은 바다 속으로 맥없이 떨어져 내렸지만,...
그나마 그 더러운 인간쓰레기 더미 속에서 피어난 장미꽃 한 송이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어린 동생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어주었다니 이 얼마나 찡한 감동 스토리란 말인가! “언니는 구명조끼 안 입어요?” “응, 선원은 맨 마지막이야, 너희들 구하고 나는 나중에,...” 이 한마디를 유언처럼 남긴 채 배와 운명을 함께 한 우리의 막내 여승무원 박지영! 못 본 척, 모른 척 피해갈 수도 있었는데, 눈 딱 감고 나쁜 선배들 옷자락만 잡았어도, 이제 갓 피어난 22세의 꽃다운 인생 그렇게 안 버렸어도 되는 건데 말이다.
검은 돈이 오고간 정경 유착비리다. 해수부 해경청이 짜고 친 고스톱이다. 주무 해당 관 처의 떠넘기기식 늦장 대처다. 아무리 떠들어 봤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그런다고 죽은 사람 살아 돌아 올 리도 없고,...
참으로 애통하고 절통한 일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양심, 그게 왜 세월호 승무원들 한테는 없었을까? 아니, 왜 저버린 걸까? 양심이야 말로 세상의 그 어떤 법이나 원칙과도 비교 될 수 없는 하늘이 인간들에게 주신 최고의 매뉴얼인데, 그걸 저버린 행동, 그럼 하나님을 저버렸다는 거 아닌가!
무슨 뜻인가, 동생들을 구하려다 죽은 박지영의 양심은 하나님과 함께 영원히 산거고, 남 죽도록 방치하고 저 살려고 도망친 다른 승무원들은 저 버린 양심과 함께 이미 죽었다는 의미다. 이것이 이른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다른 차원의 기독교식 구원논리다.
지금 한국 5천만이 흘린 눈물로 대한민국이 잠겼다. 살아있는 사람 너나 할 것 없이 자식 잃은 부모심정이고 언니동생 잃은 혈육의 마음들이다.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서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TV 화면에 비친 진도 앞바다를 보면서, 오열하고 실신하는 유가족들을 보면서, 분향소 앞에 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을 보면서,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고 또 훔쳤다. 어떻게 뭔가를 해야 하는데, 나한테도 유가족 같은 아들딸이 있고 그 또래의 손녀도 있는데,...
문득 세월호가 가라앉은 검푸른 바다위로 노랫말 한 구절이 떠오른다. ‘연가’ 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건너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 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 리,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가사속의 그대를 딸 아들 이름으로 바꿔 부르면 유가족들의 슬픔, 조금은 달래지리라는 작은 염원이지만, 아무리 바다와 기다림이란 의미 있는 소재라 해도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자식을 보내놓고 애통해 하는 부모님들 마음에 얼마나 위로가 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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