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자 한국일보에 실린 이영묵 씨의 글을 읽고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 글의 제목을 대하면서 언뜻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연상하게 되는데 근래에 고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와 현상에 대해서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고뇌와 안타까움이 면면히 흐르고 있음에 대하여 전적으로 공감을 하게 되어 나 자신도 처량한 생각이 들거나 눈을 감고 싶은 충동도 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이 글에서 내가 말고자 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성당에 가서 가슴을 세 번 치며 ‘다 나의 잘못이요, 나의 잘못이요’ 했다니 그분이 대통령인지 문학소녀인지 하는 마음이 들며 처량한 생각이 든다” 라는 부분에 대하여 약간의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서 종교적인 측면에서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천주교회의 미사는 시작예식, 말씀전례, 성찬 전례, 영성체 예식 그리고 마침예식으로 진행되며 시작예식에는 입당, 인사, 참회, 자비송, 대영광송, 본기도의 순서가 있다. 이 중에서 ‘참회’의 시간에는 사제가 “형제 여러분, 구원의 신비를 합당하게 거행하기 위하여 우리 죄를 반성 합시다” 라는 말씀으로 교우들을 참회하도록 인도하고 잠시 침묵한 다음 모든 교우들이 함께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 (가슴을 치며) 제 탓이요,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옵니다.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와 모든 천사와 성인과 형제들은 저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라고 기도드린다.
박 대통령은 천주교 계통의 성심여고와 서강대학교에 다니셨고 오래 전에 ‘율리안나’ 라는 세례명으로 영세를 받으셨다. 그러므로 박 대통령은 천주교 미사 예식에 익숙해져 있다고 여겨지며 ‘가슴을 세 번 치며’…하신 것은 기도 예절을 따라서 하신 것이지 그 행위가 다른 사람의 이목을 집중 시킬 목적이나 인구에 회자되기 위함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문학소녀’와 같은 감상에 젖어서 한 행위는 더더욱 아님을 이해하여야 한다. 만약에 대통령이 개신교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갔을 때 목사님 설교나 말씀에 감동하여 ‘아멘’ 또는 ‘할렐루야’를 외치거나, 절에서 예불을 드릴 때 독경하고 설법하시는 스님을 따라서 ‘나무 관세음보살’ 이라고 합장한다면 이는 그 종교에 대한 이해와 존경의 표현으로 해석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대통령께서 성당에서 “가슴을 세 번 치신” 몸가짐을 속되게 해석하지 않고 “경건한 참회의 예절”로 이해 하신다면 처량한 생각이 들지 않으실 것으로 사료된다.
나는 박 대통령이 명동 성당 추모미사에서 눈을 감고 참회하는 기도를 드리시는 사진을 보고 코끝이 시려지고 눈이 뜨거워져 대통령의 간절한 기도를 하느님께서 받아 주시기를 기도드렸다.
좋은 글 써주신 이영묵 씨께 감사를 드리며 나의 의견에 대하여 많은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삼가 세월호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영혼의 안식을 빌며 가족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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