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느 영화제가 지난 25일 막을 내렸다. 칸느는 프랑스의 남부 코트 다 쥐르 지방에 속하는 해안 도시로 니스와 함께 리비에라를 수놓는 휴양지다. 해변도로인 크루아제 거리에는 최고급 호텔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 호텔 앞 모래사장에 누워있는 젊은 여성들의 선탠 광경은 볼만하다. 칸느를 관광할 기회가 있는 사람은 이 근처에 있는 산속의 두 마을을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향수제조의 메카인 그라쓰와 예술촌 생 폴 드방스가 칸느에서 1시간 거리에 있다. 생 폴 드방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꼽힌다.
칸느 영화제는 팔레 드 페스티발이라는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데 어느 영화가 상을 탔느냐 보다 입장식에서 어느 배우가 무슨 옷을 입었느냐가 최대의 관심사다. 왜냐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 드레스가 총출동(?) 하기 때문이다. 칸느 영화제는 필름 페스티발이지만 동시에 유럽 패션 페스티발 성격도 지니고 있다.
이번 페스티발의 최대의 화제는 아르마니의 붉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소피아 로렌이었다. 그는 1934년 생이다. 올해 80세다. 그런데도 손자뻘 되는 배우들과 섞인 그의 모습은 당당하고 우아했다. 칸느 영화제 뉴스를 TV에서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놀랐을 것이다.
소피아 로렌은 이탈리아의 아이콘(우상)이다. 이탈리아는 물론 헐리웃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며 고향 나폴리에서는 그의 동상을 세우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그는 아카데미상, 칸느,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의 주연여우상등 50개 상을 탔으며 프랑스의 최고훈장인 레지옹도뇌르 훈장까지 받은 스타 중의 스타다.
나는 학생시절 소피아 로렌이 주연한 ‘하녀’를 본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냥 ‘가슴 큰 여배우’ 정도로만 기억했었다. 그러나 후일 로렌의 일생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관한 그녀의 자서전을 읽고 그녀를 달리 평가했다. 마피아가 들끓는 나폴리의 빈민촌에서 어머니와 살며 고난을 극복한 그의 삶의 투쟁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영화 스토리였다. 로렌의 아버지는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 로렌의 평생 소원은 아버지를 가져 보는 것이었다. 그가 22살이나 연상인 카를로 폰티(영화제작자)와 결혼한 것은 아버지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 많은 폰티와 곧 이혼할 것으로 예상 했으나 로렌은 폰티와 50년간 잉꼬부부로 지내며 100세가 가까운 늙은 남편을 끝까지 돌보아 헐리웃을 놀라게 했다. 로렌은 20대에 헐리웃에 진출한 후 존 웨인, 클락 게이블, 알란 랏드, 윌리엄 홀든. 케리 그랜트, 안소니 퀸 등 나이 많은 배우와 공연한 것도 그녀의 아버지 부재 콤플렉스와 무관한 것 같지 않다.
비결이 무엇인가. 로렌은 헐리웃 배우들을 흉내 내지 않았다. 화장도 않았고 코와 입이 너무 커 영화 촬영에 부적격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성형수술을 하지 않았다. 여자가 아름답게 보이려면 얼굴 이쁜 것보다 개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자서전에 나타난 미인 되는 비결이다. 젊은 사람들의 미를 따라가면 젊음과 늙음의 차이를 더 노출할 뿐이라는 것이다.
나이 먹은 여성이 아름답게 보이려면 필수조건이 항상 웃는 얼굴을 보여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피부관리 등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부단한 가꿈의 노력이 있어야지 노력 없이 남의 아름다움만 부러워하는 것은 염치없는 태도라는 것이다.
여성들은 소피아 로렌이 80세에도 어떻게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지닐 수 있는가를 부러워만 하지 말고 오늘부터 당장 미소 짓기 부터 실천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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