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또 좋은 소식이 없니? 나이 들어가는 딸을 재촉하며 초조해하던 세월이 엊그제 같은데 멀리 샌프란시스코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딸이 결혼을 하겠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미국에서 태어난 딸은 의과대학 8년에, 인턴 레지던트, 소아과 그리고 응급실 전문의 등 공부는 세월 따라 그렇게 흘러가고 그 사이 나는 발만 동동 구르며 ‘결혼은, 결혼은’만 외치고 있을 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듯했다.
그런데 결혼 한다는 기쁜 소식에 나는 뛸 듯 반가워 하느님께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나이 찬 딸이 결혼 생각이 없는 것인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이 그저 곁에서 기다리는 부모의 그 초조한 마음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런데 딸이 결혼할 총각은 딸보다 나이가 6살이나 적다는데 아이티로 의료 봉사를 가서 만났고, 그 이후에도 거의 일주일에 두 세 번 꽃을 들고 딸이 일하는 병원에 찾아오는 정성에 딸이 마음을 열게 된 것 같다.
딸은 어른들의 양해로 자기 친구 의사들이 많이 있다는 플로리다에서결혼식을 했다.
결혼식 주례는 멀리 샌프란시스코에서 날아 온 미국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를 소개하며 딸과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인데 신학공부도 해서 목사도 되었다고 했다. 그는 결혼식장에서 나의 손을 잡고 반가워하며 자기는 우리 딸과 다른 의사 10명과 클럽을 만들어 아이티에 3 번이나 가서 그곳 불쌍한 아이들을 돌보는 의료 봉사를 갔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딸은 자기에게 마치 친구 이상의 가족과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이제야 오래 전 내가 딸에게 “딸아, 의료 봉사 그만 가고 시집부터 가자꾸나"라고 했을 때 딸은 그냥 미소만 띄면서 “엄마, 내가 알아서 할께요"라고 했던 말을 이해 할 수 있었다.
미국에 공부하러 와서 만나 결혼한 우리들에게 그 애는 하느님이 주신 첫 선물이었다. 워싱턴 DC 콜롬비아 여성병원에서 갓 낳은 아기를 안고 나오며 너무 신기해서 눈시울이 젖었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정말 빠른 것 같다.
결혼식은 예정대로 호텔의 비치 모래사장에서 거행되었다. 마이애미 사우스 비치 아름다운 섬의 해변가. 초봄의 푸른 하늘은 하늘보다 더 파란색의 물결들과 만나 한 폭의 그림을 이루고 있었다.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는 언제 다가가도 마치 나 혼자 그곳을 찾아온 듯 쉽게 그 옛날 추억 속 사색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갑자기 먼 바다 위에 지난 세월들이 필름처럼 하나씩 파도 위로 밀려오며 넘실대는 것을 보며 눈가가 뜨거워진다.
이곳 한복집에서 잘 챙겨준 옷과 장식품들을 가져가서 폐백도 하고 행복해 보이는 그들을 보며 오랫만에 우리도 함께 즐기며 행복해했다.
딸아, 사위야, 매일이 결혼하던 그 날이라 생각하고 그 마음으로 오래 오래 ‘검은 머리 파 뿌리 되도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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