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국민들에게 축구는 하나의 환각제다. 서민들의 축구 열기는 광기에 가깝다. 22만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결승전이 벌어질 때의 광경은 하나의 광란이다. 브라질 어린이들의 꿈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다.
브라질 축구가 처음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인종차별이 심해 축구단에 흑인(원주민)은 끼워주지도 않았고 백인들로만 선수가 구성되었으며 유색인은 경기장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실력도 남미 리그에서도 최하위였다. 그러다가 혼혈선수를 받아들인 어느 지방 축구단이 우승하자 흑인선수 포용으로 확대되는 대변화가 1933년 일어나게 되었고 이때 나타난 원주민 흑인 스타가 바로 펠레다.
펠레는 빈민가 골목축구 출신이며 축구공을 살 돈이 없어 종이를 말아 헝겊으로 싼 공으로 연습했을 정도로 가난했다. 그런 펠레가 산토스 축구단에 발탁되고 이어 16세의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어 1958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혼자 두골을 넣어 스웨덴을 꺾고 우승 하자 하루아침에 신화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어 펠레가 중심이 된 브라질팀이 3회 연속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하여 줄리메 컵을 영원히 소유하게 되자 펠레는 브라질의 신화가 되어 버렸다.
공을 다루는 그의 묘기는 신기에 가까웠다. 코너킥으로 직접 골인 시키는가 하면 미들라인에서 장거리(?) 슛으로 골을 넣기도 했으며 골문 앞에서 날아오는 공을 360도로 공중회전하며 차는 이른바 ‘바이시클 킥’을 선보이도 했다.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콩고에서는 펠레의 경기를 보기위해 3일 동안 정부군과 반란군이 휴전에 합의했을 정도다.
펠레가 인기절정에서 은퇴를 선언하자 뉴욕의 코스모스 팀의 구단주 스티브 로스가 미국의 축구 붐을 위해 그에게 막대한 샐러리를 제시하며 코스모스 팀 영입을 제의했다. 브라질 정부는 국보인 펠레를 미국 축구단에 보내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해 이를 막았다. 이때 펠레의 팬인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브라질 국무장관에게 전화 걸어 “펠레를 놓아주는 것이 브라질을 세계에 알리는 길이다”라고 설득하여 코스모스 영입을 성공시킨 일은 유명한 일화다.
펠레는 다른 선수와 달리 인기정상에서 영화를 누리지 않고 부정부패와 싸웠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부패의 극치였다. 축구 붐이 일어났는데도 선수들의 보수가 형편없었고 막대한 이익을 착취했으며 선수들의 이적을 법으로 묶어놓아 구단주가 노예처럼 부렸다. 협회 부패세력은 조직폭력과도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떤 선수도 감히 반기를 들 수가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 코스모스 팀과의 계약기간이 끝나자 모국으로 돌아와 브라질 축구협회의 부패근절과 쇄신을 외치고 나온 선수가 펠레다. 펠레는 정권을 바꾸는 길만이 브라질축구의 개혁을 이룩할 수 있다는 신념아래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선거에서 야당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며 그가 너무 유명했기 때문에 조직폭력도 그에게 손댈 수 없었다. 드디어 1994년 진보적인 사회운동가 카르도수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파격적으로 펠레를 체육부장관에 임명했다. 브라질에서 흑인이 처음으로 장관이 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는 장관에 취임하자마자 축구협회를 개혁하고 선수들의 보수를 보장하고 자유이적을 허용하는 각종 축구관계의 법을 제정했다. 이 법을 ‘펠레 법’이라고 부른다. ‘펠레 법’ 때문에 브라질 선수들의 해외진출 문이 열리게 되었고 오늘의 높은 보수를 받게 되었다.
펠레는 단순히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축구를 통한 자선사업과 정의실현을 몸으로 보여준 브라질의 영웅이다. 브라질 축구계의 뿌리 깊은 부패를 수술했고 미국에서 축구 붐을 일으킨 공로자다. 이 점에서 축구기술만을 보여준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와 구분된다. 월드컵이 펼쳐지는 브라질이 어떤 나라인가를 이해하려면 브라질 축구의 역사와 펠레를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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