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요일은 아버지날이다. 어머니보다 덜 할지 몰라도 아버지도 중요한 존재이다. 적어도 이 날 하루만큼은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자녀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제대로 받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오늘은 남성 위주의 생각을 좀 쓰려고 한다. 아버지날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를 핑계로 말이다. 아마 다른 때에 이런 글을 쓴다면 많은 비난이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국 남자가 여자에 비해 자존심에 강하고 체면에 약한 것 같다. 이것은 어떤 과학적 통계나 연구 결과가 아니라 30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얻은 나만의 개인적 느낌에 기초한 결론이다.
물론 이 것을 남자들이 자랑할 것은 못 된다.
그러나 그런 자존심과 체면 문제에 대해 남자들이 바뀌어 주기를 기대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남자들의 약점에 여자들이 대신 맞추어 주는 것만큼 현명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것은 내가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순전히 남성 위주의 생각이다. 그리고 많은 한국 여성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내가 가끔 주위에 이런 생각에 걸 맞는 예로 드는 것 들이 있다. 우선, 오래 전에 알던 어떤 한 부부의 경우이다. 부인은 미국에 어렸을 때 왔으나 남편은 성인이 되어 왔다. 남편은 미국서 학교를 다닌 적이 없었다. 그래서 둘 사이의 영어 실력은 당연히 비교가 안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영어를 써야 하는 경우 남편이 주눅 들기 쉽다. 그런데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도 부인이 나서지 않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냥 남편 뒤에서 남편이 하는 영어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잘못을 지적하거나 대신 하려 하지 않았다. 남편이 부인보다 영어를 못하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남편의 체면 유지를 위한 부인의 배려가 나에게는 아름다와 보였다. 이는 분명 남성 위주의 사고일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영화 한 장면을 들고 싶다. 대학교 때 학교 앞에 오래된 명화를 주로 보여주는 극장이 있었다. 그 곳서 1967년에 제작된 엘비라 마디간 (Elvira Madigan)이라는 덴마크 영화를 관람했다. 19세기 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영화 주제 음악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2악장이다. 이 음악을 배경으로 비극적으로 끝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 사랑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 지지 않을 수 없다.
독일에서 출생한 여자 주인공 엘비라 마디간은 서커스단 멤버이고 귀족 출신의 남자 주인공 식스텐 스팔 대위는 스웨덴의 기병대 장교였다. 남자는 여자보다 13살 위였고 이미 결혼해 두 자녀들이 있었다.
그런데 마디간이 스웨덴에 가서 공연을 하다 이 남자를 만난다. 둘은 사랑에 빠지고 같이 덴마크로 도망한다. 졸지에 탈영병이 된 남자는 쫒기는 신세가 되었다. 가진 돈도 별로 없었다. 돈이 다 떨어져 갈 때 스팔 대위의 후배 장교가 찾아와 귀대를 권한다. 그러나 스팔 대위는 거절한다.
그런데 후배 장교와의 만남은 한 야외 레스토랑에서 이루어졌다. 식사가 다 끝나고 계산서가 나온다. 돈이 없기에 스팔 대위는 선뜻 집지 못한다. 후배 장교도 선배의 체면을 보아 처음엔 망설이다 결국 손을 내민다. 그 찰나 마디간이 살짝 손 끝으로 계산서를 스팔 대위 앞으로 민다. 그러면서 짐찟 당황해 하는 그에게 마디간은 잽싸게 옷 속 깊이 두었던 비상금을 꺼내어 테이블 아래로 몰래 건네어 준다.
군대 선배인 연인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나머지 생활비 모두를 내어 준 것이다.
그 때의 엘비라 마디간의 모습은 나에게 이상적 여인상으로 그 후 오랫동안 각인되어 왔다. 물론 과용으로 보일 수도 있고 비현실적일 수도 있겠지만 체면에 살고 죽을 수 있는 남자의 기를 세워 준 것이다. 이러한 엘비라 마디간을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닮아야 한다고 내가 외친다면 몰매를 맞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코 앞의 아버지날을 의지해 객기 한 번 부려본다.
모든 아버지들이여, 이번 일요일 하루만큼이라도 그냥 주저 없이 자신의 생각을 부인과 자식들에게 전해 보기 바란다. 그러나 물론 결과는 내가 책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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