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환의 고전산책 101
▶ <65> 해리엇 비처 스토 ‘엉클 톰스 캐빈’
엉클 샘(Uncle Sam)이 미국 백인을 상징하는 말이라면, 엉클 톰(Uncle Tom)은 미국의 전형적인 흑인 노예를 상징하는 말이다.
해리엇 비처 스토의 소설 ‘엉클 톰스 캐빈’은 미국의 역사를 변화시킨 한 권의 책이다. 이 책이 1852년 발간된 후 노예제도 폐지를 놓고 미국 남부와 북부 간의 대립이 더욱 첨예화되었고, 결국 남북전쟁이 발발해 1863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 선언문에 서명을 하게 된다. 링컨 대통령은 전쟁 중 작가 스토 여사를 만났던 자리에서 “아, 바로 당신이 이 큰 전쟁을 일으킨 여성이시군요”라고 말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 엉클 톰은 19세기 초 켄터키주의 셀비 농장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였다. 주인 셀비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면서 톰은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스로 팔려가게 된다. 톰은 팔려가는 도중 같은 배의 승객 에바를 위험 가운데 구해준 것이 인연이 되어 그녀의 집으로 팔려가 한동안 행복한 노예생활을 하며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뒤 악독한 노예상 사이몬 레그리 손에 붙잡혀 학대를 받고, 목화농장에서 온갖 고난을 당하다 결국은 처절한 고통 가운데 죽게 된다.
스토 여사는 이 소설을 통해 노예제도의 잔인함을 고발하고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선과 악을 극명하게 대조시키면서 노예제도에 대한 격렬한 비판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흑인 노예 톰은 백인 농장주, 노예상의 가혹한 학대 가운데서도 증오를 초월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어 그를 마치 검은 그리스도로 비유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노예 12년’ 영화는 소설 엉클 톰스 캐빈이 쓰여진 시기와 같은 시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스토리 전개 또한 거의 같은데 영화 속의 주인공 솔로몬 노섭이 강제로 납치당해 남부 지역 농장으로 인신매매를 당하는 설정이 좀 다를 뿐이다.
노예제도는 인간의 악한 본성에 뿌리를 두고 있는 가장 오래된 사회제도다. 매춘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자생적으로 어느 문화권에서나 자리를 잡고 있는 것처럼, 노예제도 또한 시대와 문화권을 초월해 인류사회에 독버섯처럼 존재해 온 사회제도다.
고대 로마에서는 인구의 20% 정도가 노예로 분류되었다고 하는데,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인구의 20%는 노예의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노예제도는 인류 역사상 존재해 온 노예제도 가운데서도 가장 사악한 노예제도였다. 노예 중개상에 의해 아프리카에서 동물처럼 잡혀 미국 땅으로 옮겨진 흑인 노예는 약 1만~2만명이었던 것으로 집계된다. 그리고 이들은 노예해방 선언이 있기 전까지 사람이 아니었다.
노예해방 선언문에 링컨 대통령이 서명을 한 후 150여년이 지난 오늘, 사람 취급도 받지 못했던 흑인 노예, 엉클 톰 가운데서 미국 대통령이 선출되었다는 것은 미국 노예제도의 역사적 사실을 감안해 볼 때 참으로 놀라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예찬출판기획 대표(baeksteph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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