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환의 고전산책 101
▶ <67> 오 헨리 ‘마지막 잎새’
미국의 단편소설 작가 오 헨리는 1862년 노스캐롤라이나 애슈빌에서 태어나 그곳에 묻혔다. 47세의 나이로 단명한 그는 ‘미국의 모파상’이라 불리며 짧은 창작기간에 잘 알려진 단편 ‘마지막 잎새’를 비롯해서 ‘경찰관과 찬송가’ ‘현자의 선물’등 약 300여편의 주옥같은 단편소설을 남겼다.
수년전 노스캐롤라이나 애슈빌을 운전하고 지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이 작은 전원도시 애슈빌은 온통 오 헨리 추억으로 덮여 있었다. 오 헨리(그의 본명은 윌리엄 시드니 포터)가 태어난 작은 집은 박물관으로 잘 보전돼 있었고, 그가 묻혀 있는 교회 공원묘지에는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후 10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생화를 무덤 위에 남겨 놓고 있었다.
‘마지막 잎새’는 희망을 노래한 단편소설이다. 오 헨리는 이 작품을 통해 인생에 있어서 희망의 소중함,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선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름다움을 극적인 스토리의 반전, 그리고 간결한 필체로 그려냈다.
등장인물은 폐렴에 걸려 누워 있는 존시, 그리고 친구 수, 작은 도깨비 같은 몸에 곱슬거리는 수염을 늘어뜨린 괴상한 화가 노인으로 묘사된 베어먼 할아버지 등 단 3명이다.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는 무명 화가들이 모여들어 예술가촌이 형성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수와 존시는 3층짜리 건물 꼭대기 층에 공동 화실을 가지고 있었다. 폐렴으로 살아갈 기력을 잃은 채 투병하고 있던 존시는 창문 밖 담쟁이덩굴의 잎이 다 떨어질 때 자기의 생명도 끝난다는 허망한 상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저 잎 말야… 저 담쟁이덩굴에 붙은 잎새… 그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드디어 나도 가는 거야… 3일 전부터 난 쭉 알고 있었어, 그리고 의사 선생님도 내게 희망이 없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아…” 친구 수는 그런 바보 같은 소리는 하지 말라며 소리를 버럭 질렸지만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수는 아래층에 살고 있던 베어먼 노인에게 존시의 망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노인은 동정을 보이면서도 존시의 망상에 경멸과 조소를 퍼붓는다. 그날 밤 유난히 춥고 눈, 비가 섞여 내리던 밤, 베어먼 노인은 존시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담쟁이덩굴이 있는 벽에 실물과 똑같은 잎새를 감쪽같이 그려놓는다.
다음날 존시는 잎새가 분명히 다 떨어졌을 줄 알았는데 그 후에도 계속 끈질기게 붙어 있는 잎새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며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된다. 하지만 비바람을 맞으며 잎새를 그렸던 베어먼 노인은 급성 폐렴에 걸려 이틀 뒤에 죽는다. 존시의 목숨 대신…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세상에는 질병과 고통과 전쟁, 미움과 질투가 넘치게 되었지만 어떠한 절망 가운데서도 상자 속에 아직 갇혀 있는 희망을 찾게 되는 순간 인간은 절망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희망만이 온전한 삶의 원동력이며, 그래서 모든 것을 다 빼앗겨도 희망을 잃지 않으면 반드시 생존할 수 있다. 그래서 희망은 결국 생명 그 자체인 것이다.
예찬출판기획 대표(baeksteph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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