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도를 여행하노라면 누구나 놀라는 것이 하나 있다. 중국관광객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거리에 넘쳐나는 정도다. 제주공항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벼 여기저기서 소프라노 톤의 중국말이 들리고 시내 번화가인 동문시장 지하상가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로 메어질 정도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 동안 제주를 찾은 유커(중국인 관광객)는 8만4,210명이며 올해 18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의 중국관광객은 지난해보다 63%나 늘었다. 기현상에 가까운 중국 붐이다. 제주도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5억원을 투자하는 중국인에게는 영주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법이 실행되자마자 중국인들이 돈을 들고 와 사방에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영주권을 얻는 바람에 “이러다가는 제주도가 중국 땅이 되겠다”는 주민들의 아우성이 일어나 최근에는 영주권 투자액을 10억원으로 인상했다. 영주권을 얻은 중국인들이 제주 시내의 인기업소들을 손대기 시작해 돼지고기 전문식당으로 유명한 ‘늘봄 공원’을 중국인이 240억원에 사들였으며 시내에서 가장 큰 찜질방도 중국인에게 넘어갔다. ‘금룡’등 중국인이 경영하는 호텔도 여러 개에 이른다.
중국인 관광객이 올해 들어 급팽창한 이유는 중국기업이 회사비용으로 직원이나 고객을 수천명씩 여행시키는 포상 관광단(인센티브 투어)을 제주도로 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중국 암웨이 직원 1만5,000명이 제주도를 다녀갔다. 이들을 태운 크루즈선이 도착하면 한꺼번에 3,000명씩 쏟아져 들어오는데 이들의 만찬비용만 하루저녁 40억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대일감정이 악화되고 싱가포르와 홍콩은 물가가 비싼 틈을 이용하여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염가관광 교섭을 벌인 결과다. 이제 제주도는 삼다(三多)가 아니라 사다(四多, 바람, 돌, 여자, 중국인 )의 섬이 되어 버렸다.
중국관광객이 늘어나면 저절로 늘어나는 비즈니스가 있다. 카지노다. 중국인들이 도박을 좋아하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며칠 전 중국인 4명이 서귀포 어느 호텔카지노에서 11억원을 땄는데 카지노측이 돈을 주지 않는다 하여 경찰에 고발한 사건이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다. 제주도에는 8개의 카지노가 있는데 지난 한해 총매출액이 2,169억원이나 되며 도박손님이 35만명으로 전년대비 53.3%나 늘었다. 물론 카지노 손님의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제주도는 마카오나 싱가포르처럼 중국인 도박관광객을 본격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카지노호텔을 대폭 증설할 계획이다.
내가 제주도에 도착한 날 현지신문에 ‘제주 카지노 드림타워’ 건설기사가 보도되었는데 라스베가스를 연상케 했다. 카지노 드림타워는 제주시 노형동 로터리에 지하5층 지상 86층의 쌍둥이 빌딩으로 세워지며 호텔과 카지노, 쇼핑몰로 이어지는 디럭스 카지노 리조트로 되어있다. 카지노 드림타워는 앞으로 제주도 관광의 상징물이 될 것이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 카지노타워를 짓는 자본주가 중국의 뤼디그룹이라는 재벌급 회사라는 점이다. 뿐만이 아니다. 중국전역에 85개의 쇼핑몰과 75개의 백화점을 소유한 완다그룹 또한 제주 애월읍 일대에 100만평의 부지를 이미 사들였으며 여기에 테마파크와 카지노, 호텔리조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왕젠린 회장이 최근에 밝혀 제주도에 부동산 투자붐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의 이름난 건설회사들이 하도급 업체로 전락해 공사를 따내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 한국의 건설사들이 중국으로 진출해 전주 역할을 하고 중국측은 하도급 건설사 역할을 했었는데 그것은 옛날이야기다. 20년만에 부동산시장에서 갑이던 한국이 지금은 위안화의 막강한 파워에 을이 되어 버렸다. 제주도에 중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자본이 몰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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