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를 훔치는 사람들 / 데이비드 루이스 지음 청림출판 펴냄
▶ 젠더, 만들어진 성 / 코델리아 파인 지음 휴먼사이언스 펴냄
알파벳 A부터 Z까지 나열해 두면, 어디에 가장 많이 눈이 갈까?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라 여겨지지만 소비자의 뇌(腦)는 일정한 경향을 보이곤 한다. 이 같은 뇌과학의 원리를 기업마케팅에 적용하고자 한 기아자동차는 한국과학기술원 정재승 교수팀에 신차 네이밍을 의뢰했다. 정 교수팀이 1년에 걸쳐 200명 이상의 소비자의 뇌 반응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응시한 단어가 K였고 여기에 행운의 숫자 7을 더해 ‘K7’의 이름이 탄생했다. 예상대로 이 차는 세계적 호응을 얻었다.
우리는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으로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무의식적 충동이나 외부의 주입에 휘둘리곤 한다. 미지의 영역이던 ‘뇌’의 작용이 최근 뇌과학의 발달로 속속 밝혀지고 있는데, 마침 이에 기반한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과 ‘뉴로섹시즘’(neurosexism)을 화두로 던지는 책들이 나란히 출간됐다.
세계적으로 급부상 중인 ‘뉴로마케팅’은 신경과학과 뇌 영상기술을 토대로 뇌 활동을 직접 측정해 소비자의 숨은 욕망을 읽고 마케팅 효과를 증진시키는 전략이다. 뉴로마케팅의 미래를 눈앞에 펼쳐 보인 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인데, 주인공 톰 크루즈가 쇼핑몰을 지날 때 광고판에서 그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 광고가 등장했었다.
저명한 신경과학자인 ‘뇌를 훔치는 사람들’의 저자는 기업들이 두뇌 연구를 통해 드러난 지식을 이용해 어떻게 소비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과거의 광고 마케팅은 설문조사 기법을 사용해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이나 선호도를 직접 밝히게 했지만, 뉴로마케팅은 소비자가 스스로 밝히는 욕구를 해결해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잠재의식 속에 내재된 욕구를 파악해 접근한다.
그동안 감성마케팅을 비롯해 향기, 조명, 온도, 습도, 언어, 몸짓 등을 부지불식 간에 활용하던 마케팅 방식이 ‘뉴로마케팅’을 더 구체적으로 개별 소비자 맞춤형으로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조차 깨닫지 못하던 무의식의 욕구가 완전히 ‘까발려’지는 것에 대해 저자는 우려를 동시에 표하고 있다.
신간 ‘젠더, 만들어진 성’은 ‘남성은 이성적이고 분석적이며 여성은 감성적이고 세심하다’는 세간의 인식에 반론을 제기한다. 일례로 ‘아들은 파랑, 딸은 분홍’으로 구분짓는 개념은 20세기 중반에 등장했다. 한때 분홍색은 열의와 용기를 상징하는 빨강에 가까워 남자아이들이 선호하는 색이었고, 믿음과 지속성을 뜻하는 파란색은 여자아이들의 것이었다. 결국 남녀의 성별인식 차이는 외부 주입에 따른 것이라는 방증이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수많은 뇌과학 대중서적과 과학자들이 남녀의 뇌가 다르게 태어났다고 주장함으로써 신경 성차별 혹은 뇌 성차별을 뜻하는 ‘뉴로섹시즘’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람들은 사회에 퍼져 있는 성적 불평등을 설명하고 싶어한다”라며 “그 이유를 불공평한 사회보다는 남성과 여성의 타고난 차이 탓으로 돌리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남녀의 뇌 차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거의 없으며, 연구자의 시선이 반영된 결과물이자 사회·문화적 편견이 낳은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즉 언제든지 유연하고 새롭게 바뀔 수 있는 차이다. 뇌과학에 마냥 휘둘릴 게 아니라 주체적인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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