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디언.홈스테이 주인.강사 등 다양한 가해자
▶ 학부모들 자녀 신분노출 우려 침묵, 처벌 못해
사례1=2년 전 부모와 떨어져 뉴욕에서 유학 중이던 자매가 교회 장로로부터 성폭행당했다. 이들 자매의 법적대리인(가디언)이자 홈스테이 주인이 야수로 변한 결과였다.
동생과 전화하던 중 언니가 학교도 가지 않고 울기만 한다는 말을 들은 한국의 엄마는 서둘러 미국행 비행기를 탔고, 현지에 도착한 뒤 언니뿐 아니라 동생도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두 자매에게는 너무 큰 상처가 생긴 뒤였다.
사례2=뉴욕에 있는 한국계 학원에 다니던 여중생(15)은 지난 4월 학원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대학생 한인 강사(27)가 여중생이 혼자 있는 틈을 이용해 가슴 등을 만졌다. 부모에게서 떨어져 혼자 뉴욕에 머물렀던 이 여중생은 수치심에 고민하다 용기를 내 뉴욕가정문제연구소의 문을 두드렸고 결국 강사를 처벌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는 ‘나홀로 조기유학’을 온 어린이들이 겪는 고통의 일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영어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또는 선진 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해 부모와 떨어져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 온 어린이들이 겪는 고통은 한국에 있는 부모들의 생각과는 달리 다양하게,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부모와 떨어진 데서 생긴 외로움이 정서적·심리적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에서부터 평생 치유하기 힘든 큰 상처까지 각양각색이다.
뉴욕가정문제연구소의 레지나 김(74) 소장은 "성폭행 피해와 관련한 상담만 해도 평균적으로 일년에 한두 건은 들어온다"며 "부끄러워서 상담하지 못하는 경우는 더 많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학부모는 가해자를 고소할 경우 자녀의 신원이 노출돼 자녀에게 더 큰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냥 넘기려 한다. 자매를 성폭행한 장로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론 김 뉴욕주하원의원 등은 학원 교사, 가디언, 홈스테이 업주 등의 신원 조회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어린 학생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자격 요건이 자연스럽게 상향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개선에 앞서 부모들이 ‘나홀로 조기 유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어 교육을 이유로, 또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어린 나이의 학생들을 부모에게서 떼 놓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이다.
레지나 김 소장은 "부모의 욕심 때문에 어린 학생들을 조기 유학 보냈다가 잘못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자녀들에게 평생 씻지 못할 아픔을 주지 않도록 자녀 조기유학 문제를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 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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